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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고영민 - 카톡 좋은 시 16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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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60

   통증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

 

계간문학동네(2011. 겨울호)

 

 

 

 

통증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

 

 

 

계간문학동네(2011. 겨울호)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2 올해의 좋은시 100(아인북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