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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탑
복효근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 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은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ㅡ시집『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한동안 티브에서 '생활의 달인' 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 했었다. 손놀림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 마치 자동화된 기계를 보는 것 같았다. 단순해 보이지만 생업으로 한가지 일을 오래 반복하다보니 숙련이 되었다고는 하나 솜씨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렇다고해서 아무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은 그 일을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 같은 재래시장에 가면은 시에서 보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밥 배달을 하는 아주머니들인데 5층 6층 켜켜이 쌓은 밥상을 머리에 이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다. 휘청휘청 춤을 추듯 걸어가는 탑 모습이 경이롭기만 하다.
그 경이로운 사람이 이고 가는 밥상의 하얀 밥알이 사리이니 사리를 담은 그릇은 석가탑이고 다보탑이 아니겠는가. 사리인 그 밥을 먹는 시장상인들 역시 다 부처만 같고 향그런 탑만 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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