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고래를 기다리며/안도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9. 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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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며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시집바닷가우체국(문학동네, 1999) 

 

 

 

 

  고래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장생포 지역이다. 장생포는 행정상으로 울산군 현남면 관할하에 있다가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경상남도 울산군 대현면에 속하였으나 1962년 울산이 시로 승격됨에 따라 장생포는 장생포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1997년 울산광역시가 출범함에 따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장생포 연안은 귀신고래, 밍크고래, 참고래 등 다양한 종의 고래가 다수 서식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래고기를 먹는 풍습이 없었다고 한다. 교통의 미비와 고래고기 유통의 어려움으로 스스로 고래잡이에 나서는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고래잡이가 처음 시작된 것은 1848년 미국에 의해서인데 장생포에서 고래잡이가 시작된 것은 1899년 러시아의 태평양어업 주식회사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화자는 장생포 바닷가에서 고래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런데 고래는 왜 아니 돌아올까. 남획으로 고래를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일까. 실제로 고래는 지나친 포획으로 개체수 감소와 일부 종은 멸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화자가 기다리는 특정 고래는 따로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돌아와도 보이지 않는 고래를 기다리는 것은 삶이 늘 기다림의 연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일근 시인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시를 읽어보면 언뜻 이 시에 답이라도 하는 것 같은 것 같다.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좋은 시방에 올려져 있으면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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