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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심해어」(문정희 시배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2. 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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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심해어」

 

장석주, 「심해어」

 

 

세상은 어지러웠다.
어제의 친구가 적으로 표변하여
벼린 칼을 겨누고
베는 세태가 무서웠다.
세상을 등지는 게
살길로 보였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숨어 살지만
누군가에게는 빛으로 발광(發光)한다.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저 은둔 군자들!

▶시_ 장석주 – 1955년 충남 연무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월간문학》,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햇빛사냥』,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절벽』, 『몽해항로』 등이 있음.

▶낭송 – 정준식 – 성악가. 이탈리아 F.TORRE FRAN CA 국립음악원 졸업. 서울시 오페라단, 로얄오페라단 등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

 

배달하며

시인을 굳이 심해어나 은둔 군자라고 우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인은 많은데 심해어처럼 깊은 바다에 살거나 어둠 속에서 몸을 환하게 밝히는 시인은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바다 깊이에 살지만 실은 누구보다 투명하게 눈과 귀를 열어 놓고 빛으로 발광하는 존재! 그런 언어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 시인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떠난 후 겨울 찬비 속에 젖은 채 어는 빨래를 보며 뒤늦게 깨닫는 시인. 내가 사랑했던 건 영혼이 아니라 당신의 그 허리! 라고 실토하는 시인.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몽해항로』(민음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