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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暴雪)/오탁번 - 카톡 좋은 시 236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 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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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236  

   폭설(暴雪)

    오탁번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버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이 곡허것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시집『손님』황금알, 2006)


 


 

 

 

폭설(暴雪)

 

오탁번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버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이 곡허것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시집『손님』황금알, 2006)



오탁번「폭설(暴雪)」 낭송 이인철 |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