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작과비평사, 1991)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민중 시인인 정희성 시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는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당신과 내가 만나 아름다운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염원을 담은 시‘라고 한다. 언뜻 남녀 간의 사랑 시로도 읽히고 어떤 이는 남북통일을 연관시켜 읽기도 한다. 시를 쓴 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해석되고 읽혀지기도 하는 것이 시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시를 많이 접한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보이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현대시 100년을 맞아 조선일보에서 연재한「한국 현대시 100주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편 중 71에 들어가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좋은 시가 명시의 반열에 오르려면 어렵지 않은 언어와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읽혀지는 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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