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스크랩] [천상병] 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2. 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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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시집((조광출판사. 1968 : 천상병 전집. 평민사. 2010)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문학과지성사, 2007)

 

    


   천상병 시인의 시는 후기시가 초기시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는다. 2010년 평민사에서에서 나온 전집 뒤쪽의 일상으로 엮은 시를 읽어 보면 그런 것을 더욱 느껴볼 수가 있다. 초기시에는 실존, 성찰, 서정, 순수성을 이루고 후기시에서는 일상적, 관조적, 개방적인 현실성을 이룬다고 하는데 일상과 현실의 시가 순수의 서정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철학과 무욕, 순수의 미학을 실천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천상병 시인은 말년에도 가난을 면치 못했다. 시인의 전집에 보면 라는 제목의 시 7편과 부제가 '새'인 4편의 시를 합해서 11편의 시가 있다. 두 편 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이지만 이 시보다 주일부제가 붙은 소풍이라는 시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시인은 어쩌면 자유롭고 싶어서 새의 날개를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정호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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