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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門
임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 지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 하나씩만 가지고 저 세상에 가도록 허락했다
어떤 자는 무거운 황금 뭉치를 낑낑대며 지고 간다
어떤 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시덕거리며 간다
어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소중히 안고 가기도 하고
어떤 어부는 큰 그물을 메고 가기도 한다
말을 타고 가는 자도 있고
수레를 끌고 가는 자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
그런데
천상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에게만 문이 열렸다
그는
병든 노모를 업고 온 가난한 등대지기였다.
ㅡ시집『눈부신 귀향』(시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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