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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門/임보 - 카톡 좋은 시 269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4. 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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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69  / 천국의 /임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 지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 하나씩만 가지고 저 세상에 가도록 허락했다

 

어떤 자는 무거운 황금 뭉치를 낑낑대며 지고 간다

어떤 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시덕거리며 간다

어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소중히 안고 가기도 하고

어떤 어부는 큰 그물을 메고 가기도 한다

말을 타고 가는 자도 있고

수레를 끌고 가는 자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

 

그런데

천상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에게만 문이 열렸다

 

그는

병든 노모를 업고 온 가난한 등대지기였다.

 

 

시집눈부신 귀향(시학, 2011)








  천국의 門


  임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 지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 하나씩만 가지고 저 세상에 가도록 허락했다


  어떤 자는 무거운 황금 뭉치를 낑낑대며 지고 간다
  어떤 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시덕거리며 간다
  어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소중히 안고 가기도 하고
  어떤 어부는 큰 그물을 메고 가기도 한다
  말을 타고 가는 자도 있고
  수레를 끌고 가는 자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


  그런데
  천상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에게만 문이 열렸다


  그는
  병든 노모를 업고 온 가난한 등대지기였다.



 

  ㅡ시집『눈부신 귀향』(시학,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