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시집『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문태준 시인 하면 떠오르는 시는 아마 ‘가재미’와 ‘맨발’일 것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에서는 가재미가 앞서고 있지만 시적인 절제미와 문학적인 표현미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시 또한 명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누가 울고 간다’ 이 시는 몇 번을 읽어도 진부하지 않고 언제 꺼내 읽어도 식상하지 않다.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되어 있는 이 시의 해설을 보면 ‘작은 새의 울음에도 공명하는 시인의 예민한 감각력과, 그것을 자신의 울음으로, 누군가의 울음으로, 더 나아가 모든 존재의 울음으로 서서히 확장시켜 나가는 섬세한 울림의 미학이 돋보이는 시.’ 라고 되어 있다. 하나같이 줄 시가 만연하는 이 시대에 시어의 절제와 표현의 미학까지 두드러진 시라고 할 수 있겠다.
문태준 시인 대표작 4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0285
문태준 / 가재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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