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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림石林
유성식
하늘을 가르키던 손가락이
많이도 닮았구나.
2억만 년, 아직도
우리는 너를 기억한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6』(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07일)
저 돌기둥들이 ‘많이도 닳았’다고 하는 것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글쎄, 2억만 년이란 나이를 먹은 돌기둥들이 저 정도이고 보면 세월을 타지 않았음이 더 맞는 표현인 것이다. 정확히 2억 7천만 년 전 저 곳은 바다였다.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높게 드러나 들뜨자 바다 깊숙이 숨겨져 있던 화강암들이 솟아난 것이다. 유구한 세월 풍화작용과 빗물의 침식이 만들어낸 천하제일의 기이한 경관으로 지금에 이른 것인데, 저 돌기둥들을 손가락이라 표현한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본다.
가리킨다는 것은 바람을 동반한다. 하면, 어떤 바람이면 한 곳을 향해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한결같지 못한 인간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시인의 찬사는 아닐지. 그러니 자연스레 저 돌기둥 숲에 따뜻한 마음이 쏠린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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