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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하면 편지가 있고 편지 하면 언뜻 떠오르는 시가 내게는 몇 편 있습니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 이 먼저 생각이 나고 안도현 시인의 '바닷가 우체국' 이 있습니다. 늘 버린 것을 찾으러 다닌다는 신경림 시인의 '떠도는 자의 노래' 별정우체국도 있습니다. 모두가 디지탈 우체국이 아닌 아날로그 시대의 우체국들입니다.
이 우체국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기능과 역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우체국 하면 무엇이 연상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택배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보험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부치고 소포를 부치고 이력서를 부치고 펜팔을 하던 우체국은 전국망을 활용하여 알뜰폰이라는 휴대폰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기쁜 소식, 슬픈 온갖 소식을 전해주던 우체국이 언제부턴가 소포라는 말 대신 택배라는 말이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편지라는 단어도 메일이라는 신용어에 밀린지 한참 오래 되었습니다. 문자와 카톡과 밴드 시대, 이제 그 누구도 아무도 손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아나로그 시대의 연정이 담겨있는 우체국에 대한 이런 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펜팔하던 시대의 손편지가 그리웁고 써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悲愛)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위에
애정(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ㅡ시집『우울한 샹송』(삼애사, 1969)
ㅡ이수익 시선집『불과 얼음의 콘서트』(다남, 2002)
<이수익 시인 대표작 4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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