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가을저녁의 말/장석남 - 카톡 좋은 시 327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0. 25. 10:13
728x90


 

 

       

        카톡 좋은 시 327 - 가을저녁의 말/장석남 

 

  


    가을 저녁의 말 / 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욱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적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지졌다


   장마 때 쌓은 국방색 모래자루들
   우두커니 삭고
   모래는 두리번대며 흘러나온다
   모래여
   모래여
   게으른 평화여


   말벌들 잉잉대던 유리창에 낮은 자고
   대신 뭇 별자리들 잉잉대는데
   횃대에서 푸드덕이다 떨어지는 닭,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나뭇잎은 물든다



   ―시집『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가을 저녁의 말 


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욱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적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지졌다


장마 때 쌓은 국방색 모래자루들
우두커니 삭고
모래는 두리번대며 흘러나온다
모래여
모래여
게으른 평화여


말벌들 잉잉대던 유리창에 낮은 자고
대신 뭇 별자리들 잉잉대는데
횃대에서 푸드덕이다 떨어지는 닭,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나뭇잎은 물든다

 



―시집『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

2010 미당문학상 수상작

 



가을의 기도/김현승 - 가을날/라이너 마리아 릴케 - 가을에/정한모 -가을의 기도 / 김남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2117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