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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 카톡 좋은 시 33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12. 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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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330 -나태주-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크리스마스/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집『슬픔에 손목 잡혀』(시와시학사. 2000)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 태 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집『슬픔에 손목 잡혀』(시와시학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