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아내의 맨발/우대식 - 카톡 좋은 시 33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1. 24. 20:12
728x90





               

카톡 좋은 시 332 - 우대식/아내의 맨발




아내와 맨발 / 우대식

  

 

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그러던 께서 아파 누었다

이마에 돋은 정맥이 파르르 떤다

께 잘못했다고 수천 번을 빌었지만

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당신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저 탕아는 또 다시 고모라 을 헤맬 것이라는 사실을

이 누워계신 한 계절

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막에서 주막으로 돌아다녔으나

께서는 끝내 모른 채

누워계셨다

어찌 모르셨겠는가

다만

냉담(冷淡)으로 떠도는 한 인간을 가엾게 여겨

그렇게 다독인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섬광처럼 당신이 사라질 때

긴 회랑에서

집도 잃고 도 잃은

한 사내의 맨발이 남긴

더럽고 황망한 발자국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

모두 맨발이다  

 

계간시와 사람(2013년 겨울)




아내와 맨발 / 우대식  

 

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그러던 께서 아파 누었다

이마에 돋은 정맥이 파르르 떤다

께 잘못했다고 수천 번을 빌었지만

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당신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저 탕아는 또 다시 고모라 을 헤맬 것이라는 사실을

이 누워계신 한 계절

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막에서 주막으로 돌아다녔으나

께서는 끝내 모른 채

누워계셨다

어찌 모르셨겠는가

다만

냉담(冷淡)으로 떠도는 한 인간을 가엾게 여겨

그렇게 다독인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섬광처럼 당신이 사라질 때

긴 회랑에서

집도 잃고 도 잃은

한 사내의 맨발이 남긴

더럽고 황망한 발자국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

모두 맨발이다     

 

 

계간시와 사람(2013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