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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맨발 / 우대식
神께서 말씀하셨다
끼니 거르지 말라고
술 적당히 마시라고
지갑에 돈 없으면 추레하니 얼마라도 지니고 다니라고
그러던 神께서 아파 누었다
이마에 돋은 정맥이 파르르 떤다
神께 잘못했다고 수천 번을 빌었지만
神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당신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저 탕아는 또 다시 고모라 城을 헤맬 것이라는 사실을
神이 누워계신 한 계절
나는 발꿈치를 들고
주막에서 주막으로 돌아다녔으나
神께서는 끝내 모른 채
누워계셨다
어찌 모르셨겠는가
다만
냉담(冷淡)으로 떠도는 한 인간을 가엾게 여겨
그렇게 다독인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섬광처럼 당신이 사라질 때
긴 회랑에서
집도 잃고 神도 잃은
한 사내의 맨발이 남긴
더럽고 황망한 발자국을 당신은 만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잃은 자들은
모두 맨발이다
―계간『시와 사람』(2013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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