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인 사랑 /김종미

습관적인 사랑   

 

김종미

 

 

<이제는>이라고 십년이나 사귀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말했다

<다시는>이라고 십년 밖에 못 사귀었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말했다 

      

곧 끝날 듯이 끝나지 않는 영화는 지루해 지루한 그가 하품을 하고 팝콘을 다 먹어치운 여자가 그의 어깨에 무거운 머리를 기대는 건 그의 습관, 겨우 영화를 끝낸 극장에서 그의 습관대로 그녀는 화장실에 가고 싶고 화장실 문 앞에서 그는 담배를 피운다 한 개피를 다 태워갈 무렵 정확히 그녀가 나오고 다만 습관적으로 거니는 어두운 골목길  

   

<재미있었어>하고 여자가 웃는다

<내일 또 만나>하고 남자가 손을 흔든다 

     

의미를 바꾸지 않는 기호는 지루해 돌아서는 그녀의 등에서 입을 앙다문 지프, 지프사이에 끼인 그의 혀는 잔뜩 지루해진 기호를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사랑해...

 

    

 

―시집『새로운 취미』(서정시학,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