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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시집『누군가 나를 위해 울고있다면』(화남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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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백현국
바다가 보고 싶다는 여자를 데리고
제부도 갯고랑을 걸었다
섬의 배냇으로 들어가는 젖은 길
모난 돌에 달라붙은 따개비들이
세찬 바람과 험한 물살을 겪고 있었다
여자는 풀었던 팔짱을 다시 끼며
혼잣말처럼 물었다
바지락이나 캐며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조갯구이집에 설거지라도 하며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여자의
치렁치렁한 머리칼 묶어주며
천천히 잠겨오는 뻘밭만 보고 있었다
하루 두 번, 뭍으로 물길을 열어도
내 기억 속에 가라앉은 제부도엔
물때를 따라 왔다 길 잃은 내 사랑이
조금 더 늙어 있겠지
―수제 시집『벽 너머로 간 손가락』(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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