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시 창작 강의 (1)
쓰기와 짓기
1.
이 난의 연재를 맡으면서 우선 두려운 생각이 앞섭니다. 이론적으로도 부족하고 실제 창작에 있어서도 아직은 일천한 사람이 상식적인 내용을 가지고 독자들을 현혹시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일천한 경험을 앞세워 무리라 생각하지만 스스로 배움하는 자세로 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먼저 등단한 시인이나 시연구가들은 이 글을 읽지 말아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의 다양성에 비추어 볼 때 주관성이 다분하고 더군다나 상식적인 이야기에서 더 발전할 수 없는 성질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글의 방향을 창작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시 창작이론이야 학자들의 연구서나 논문에 의하면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단순히 시를 창작해 나가면서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실제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가는 데 중점 할 것입니다.
2.
경제발전의 결과로 우리 삶이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고 이에 자연스럽게 여가 활용과 취미생활에 대한 각성이 어느 때 보다 증대되었다고 봅니다.
여가활용, 취미생활의 한 방편으로 글쓰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확산되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글쓰기는 다른 여타의 취미생활보다 시간과 돈이 적게 드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것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어느 때라도 글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처럼 준비물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운동처럼 특정한 장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특별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간편한 취미생활이면서 자신의 일, 또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성취감과 더불어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머리 속의 생각이나 그리고 있는 내용을 종이 위에 그대로 옮겨 적는 일입니다. 처음은 생각이 펜을 통해 종이 위에 그대로 쓰여지기까지는 매우 힘들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습관화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종이 위에 쓰여질 것입니다.
처음에는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옮기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삶 = 글」로 내용이 1:1의 구조를 나타내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령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었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을 써 놓고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에 시간이나 장소 등을 덧붙여 「나는 아침 여섯 시 반에 2층에 있는 나의 침대에서 일어났다.」라고 더 세밀하게 묘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 아침밥을 누구와 먹었다든가, 반찬의 종류와 맛까지 덧붙여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점차 넓게, 깊게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글을 우리는 생활문이라 합니다. 일기, 편지, 기행문, 보고서 등입니다. 비교적 고심하지 않고 쉽게 써낼 수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자신의 내면세계나 인간의 공통의 문제로 접근해 가면 그것은 예술로서 글짓기가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주제를 자신의 개인적 삶의 나열이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는 이야기에서 발전하여 인간 전체의 삶이나 문제에 대한 글짓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훌륭한 예술도 될 수 있겠습니다만 생활주변의 이야기는 흥미위주의 이야기가 되기 쉽고 표피적인 내용이 되기 십상입니다.
상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다 아는, 또는 알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상식이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만약 상식의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면 구태여 보여 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글이란 생활 속에서 찾아낸 소재를 상식적이지 않는 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짓기라 이름 합니다. 생활문학은 누구나 다 쓸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은 짓기의 단계로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글을 꾸미고 공감대의 확산을 위하여 화려한 수사법을 동원 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최상의 모습으로 독자 앞에 설 수 있는 글을 짓(作)는 것입니다.
만나지 않아도 참을 수 있고
약속을 안 해도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도 언 듯 언 듯 떠오르는 것은
그냥 그렇게 좋기 때문이다.
독자의 시 <정지된 사랑>
누군가가 위와 같이 썼다고 한다면 이 글은 「짓기」가 아닌 「쓰기」에 더 가까운 글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썼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고 새로운 표현법도 들어 있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작품을 보면 앞의 작품과는 달리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주제는 앞의 작품과 같은 기다림입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그리움을 자신의 생각에 꾸미고 수사법을 동원하여 새로운 표현을 얻어 한층 더 그리움의 모습을 잘 느끼도록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푸른색으로
그리움을 수놓기 보다
차라리
하이얀 모습으로
내게 남아 주오.
별빛이
순간으로 흐려지는
내 시야에서
그렇게 멀어지는
그 이름을 부른다오.
짧은
노래조차 부르지 못하고
앙가슴을 한껏
드러내고 웃음 짓는
갈대의 모습으로
나 차라리 살아가겠소.
내일이 또 그렇게 찾아오면
내 이름 석자를
까맣게 지워 지워 주오.
독자의 시 <일기> 전문
위의 작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은 「쓰기」와 「짓기」와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 느끼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앞으로 초보적인 쓰기의 단계가 아닌 창작(創作) 곧, 지음의 단계인 짓기를 대상으로 삼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편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써 나갈까 합니다. 이 난을 통해 함께 배워 나갈 분을 기다립니다. 많은 분들의 투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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