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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시 창작 강의 (17) - 상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3. 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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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시 창작 강의 17


상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1




1. N. 프라이의 상징의 유형


19세기말에 개화한 상징주의는 문학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전개는 현재에도 진행형으로 자리 매김 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적인 조명이나 생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상징은 문학의 본질과 연결되어 한층 그 의미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상징에 대한 논의는 먼저 N. 프라이의 견해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프라이는 시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 중 두 가지 용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첫째는 <예술로서의 문학작품>에 해당하는 알맞은 용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말로 그는 ‘가설적 언어구조’라 부르기를 주장합니다. 문학작품의 <의미>는 가설적 언어구조라는 거대한 전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상징>이라는 말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는 ‘비평적 관심을 위하여 분리될 수 있는 문학의 구조의 단위’로 정의하고 그렇게 볼 때 상징은 ‘축어적 기술적 국면에 모티프 내지 기호의 모습’으로 먼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문학작품을 형성하는 3대 요소는 설화(mythos), 인물(ethos), 의미(dianoia) 이며 3대 요소가 구현되는 관계 혹은 맥락 지워지는 관계를 <국면 phases>이라 부릅니다. 상징은 국면 속에서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라이는 상징의 논의를 1) 축어적 국면 2)형식적 국면 3)신화적 국면 4)신비적 국면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1) 축어적 기술적 국면

독자가 작품을 읽을 때 작품에 반응하는 두 방향으로 (1)원심적 방향과 (2)구심적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상징은 1)과 2)를 동시에 작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팔꽃>은 1) 책 밖의 식물로서의 나팔꽃 2) 작가가 의도적으로 쓴 나팔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서든 1)과 2)는 상징 곧 <대신함>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세밀히 뜯어보면 1)은 사물의 재현 즉 기호의 세계이며 2)는 재현이 아닌 사물과 작가의 생각을 서로 <연결>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물론 크게 볼 때 1)과 2)는 모두 상징이 되겠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1)은 기호 2)는 상징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상징이 되는 2)를 모티프라 부릅니다. 모든 언어구조는 1)기술적, 설명적 저술 2)문학적 언어구조로 양분되며 전자를 외향적, 후자를 내향적이라고 부릅니다. 문학적 의미는 언제나 내향적 언어구조에서 태어납니다. 이것은 외부현실과 상상적으로 맺어지며 문학작품은 자율적 언어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프라이는 시적 상징은 어떤 것을 지시하거나 언명하지 않고 상호 연관 속에서 정조(情調)를 암시하고 환기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무드를 표현하고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무드를 <정서의 국면>으로 이해하고 정서는 <쾌락이나 미적 관조를 향하는 심리상태>로 규정합니다.


   붉은 꽃이 피겠느냐

   버릇처럼 너의 몸이냐 너의 몸이냐

   푸른 햇살을 삼킬 수 있겠느냐

   저 어둠을 엮을 수 있겠느냐

   한 번만 엮으면 풀리지 않는 매듭이다

   꽃 피면 돌아가는 매듭은 저승으로 통하는

   현기증이다, 보라색이다

   우리의 길은 천국을 향하여서가 아니라

   어떤 꿈을 길어 올리는 부리를 위해서다

   산을 지키는데 우리 만한 장군이 없어

   별 수 없이 뿌리로 부리로

   올곧은 쓴맛만 보탤 분이다.

                                         임영봉 <칡과 넌출> 전문


19세기말의 상징주의는 언어의 육화를 성취함으로써 견고하고 포착하기 어려운 언어의 유형을 시의 핵으로 보게 하였으며, 문학적 구조를 반어적 구조가 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시의 상징을 1)연결되는 모티프의 애매한 구조 2)시적 유형을 자족적 조직으로 보는 신비평주의를 낳았던 것입니다.


(2) 형식적 국면

상징은 형식적 국면에서 이미지의 양식으로 드러납니다. 시의 형식은 구조적 통일체로서 정적이든 동적이든 음악적 구성의 형식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 형식은 1)형성원리 2) 어떤 내용을 담는 원리를 다 같이 함축합니다. 1)은 시의 재료를 조직함이요 2)는 시가 구조 속에 동시적으로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전적 혹은 신고전적 관점으로는 <질서>의 개념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으로는 <모방>의 개념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시가 의식의 수의적 활동일 뿐만 아니라 잠재의식, 전의식, 혹은 반의식, 무의식적 과정의 산물이란 점에서 시인의 형식의지는 바로 생에의 의지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詩作은 이러한 생에의 의지를 이완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작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대부분의 상징논의는 의식적 국면, 곧 우화적 해석을 토대로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화란 프라이에 의하면 1)이미지들과 교훈과의 관계를 명백히 지시하는 실제적 우화 2)토론적 저술에서 보이듯 변장된 형식, 곧 순진한 우화로 나뉘어집니다. 대부분의 시적 표현의 기초가 은유라고 할 때, 2)는 혼합은유의 형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우화는 1)의 단계에서 2)의 단계를 거쳐 차츰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곧 명료한 진술에서 우화는 퇴각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현대적 이미저리는 반어적이고 반 우화적 이미저리로 제시됩니다.


   한 여인이 쓰러지고

   나는 의자에 앉아 편지를 쓴다

   창 밖에는 눈이 내린다


   그 여자의 목을 잘라

   냉동실에 넣으며

   내 귓속으로 흐르던

   바람의 소리


   내가 냉동실의 문을 닫고 노크를 하면

   똑/똑

   냉동실 안에서도 노크를 하고

   똑/똑

   내 귓속으로 흐르던 소리


   목 없는 그 여자를 철공소에 버리고

   똑 · 똑 · 똑 돌아오던

   내 추억의 발소리를

   눈 덮인 창 밖에서 다시 들으며

   편지를 쓴다

                                    박상순 <눈 덮인 추억의 의자> 전문


프라이는 이러한 이미저리의 여러 유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1) <기상 conceit>이 있다.

형이상학파 시인들이 사용한 전형적인 상징으로, 연결시킬 수 없는 사물들을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술과 자연의 내적 관계를 파괴하여 외적관계로 만드는 역설의 정신을 기초로 합니다. 위 시에서 <한 여인> <냉동실> <철공소>라는 전혀 이질적인 사물들을 연결하여 독자로 하여금 어떤 상관관계를 찾아내도록 유도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2) <대치 substitute>가 있다.

이것은 이미지와 관념의 결합, 혹은 중첩으로 사물을 암시 환기할 뿐 명료한 명명을 피하는 것입니다. ‘고독은 나룻배를 타고/ 유리창을 지나/ 밤바다에 잠든 유령을 깨운다’와 같은 표현들입니다.

3) <객관상관물 objective correlative> 이 있다.

엘리엇이 주장한 것으로 이미지는 정서의 내적 초점이 되어 동시에 그 자체가 관념을 대신합니다.

4) <중심표상 이미지 central emblematic image> 혹은 <예고적 상징 heraldic symball>이 있다.

 현대문학에서 <상징>이란 말의 참 뜻을 이것은 암시하는 것으로 호손의 <주홍글씨> 멜빌의 <백경> 조이스의 <황금의 잔> 울프의 <등대> 따위를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속적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우화가 아니고 또한 예술과 자연 사이에 연관관계도 없으며 설화와 의미의 관계는 반어적이고 역설적입니다. 곧 의미의 단위로서는 설화를 포섭하고 설화의 단위로서는 의미를 혼란시킨다. 요약하면 이러한 유형의 상징은 내적 상징 곧 자체의 내적 의미를 외적 상징과 결합시킨다. 내적 상징과 외적 상징의 극단을 말라르메와 졸라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5) <개인적 연상 private assocission>이 있다.

매우 간접적인 기교의 하나로서 그 의미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범주입니다.

프라이의 상징논의는 축어적 국면, 형식적 국면 외에도 신화적 국면, 신비적 국면에서 그 논의가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