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겨울 강가에서 / 정호순
털 가진 짐승도 추위에 떤다는
강원도 산골 겨울 긴 탄광촌
산꼭대기 동네
문풍지 밤새 벌떼처럼
잉잉대는 혹한 엄동에도
어머닌 빨래를 해야 했지요
고양이 낯짝만 한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서
연탄불에 데운 물을
빨래판에 치대고 문지른
애벌빨래를
산 아래 거랑으로
고무다라이에 이고 가셨습니다
꽝꽝 꽝 언 얼음을
빨래방망이로 깨고
오므려진 곱은 손을
숨김으로 불면서
산촌의 애옥살이 고단함을
두드리고 짜고 헹구었습니다
어릴 적 불알친구들과 멱 감고
물수제비 뜨던 놀이터
어머니의 빨래터는 간 곳이 없고
밤새워 읽는 두꺼운 대하소설처럼
어머니가 쓰다 만 서책을
살품을 적시는 강바람만이 읽고 있습니다
겨울 강가에서 / 정호순
털 가진 짐승도 추위에 떤다는
강원도 산골 겨울 긴 탄광촌
산꼭대기 동네
문풍지 밤새 벌떼처럼
잉잉대는 혹한 엄동에도
어머닌 빨래를 해야 했지요
고양이 낯짝만 한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서
연탄불에 데운 물을
빨래판에 치대고 문지른
애벌빨래를
산 아래 거랑으로
고무다라이에 이고 가셨습니다
꽝꽝 꽝 언 얼음을
빨래방망이로 깨고
오므려진 곱은 손을
숨김으로 불면서
산촌의 애옥살이 고단함을
두드리고 짜고 헹구었습니다
어릴 적 불알친구들과 멱 감고
물수제비 뜨던 놀이터
어머니의 빨래터는 간 곳이 없고
밤새워 읽는 두꺼운 대하소설처럼
어머니가 쓰다 만 서책을
살품을 적시는 강바람만이 읽고 있습니다
'시 편지·카톡·밴드 > 인터넷 시 -나의 영상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소식 -정호순 (자작 시조 낭송) (0) | 2018.12.13 |
---|---|
봄 소식 -정호순 (삼진스님/백팔번뇌) (0) | 2018.12.11 |
그리운 그대는 (0) | 2018.07.31 |
뻐꾸기 우는 한낮에 (0) | 2018.06.06 |
동백꽃 -사진 (0) | 2018.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