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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꽃 -고형렬/최서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9. 2. 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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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꽃


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시집『성에꽃 눈부처』(창작과비평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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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꽃


최서림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아이는 아빠 손을 잡고
한 가족이 들놀이를 가고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
찔레꽃, 냉이꽃 핀 강둑을 따라
나른한 봄의 젖가슴 한가운데로
나비처럼 너울너울 들어가고 있다.
엄마는 파라솔도 없이
딸아이는 칭얼댐도 없이,
외할머니 집 찾아가듯
봄의 손에 이끌려서 가고 있다.
젊어서 속으로 망가진 아빠가
별꽃 같은 아이를 애잔하게 바라본다.
세상에 사람꽃만한 게 또 있을까, 벼꽃처럼 웃으며
아이에게 찔레 순을 따서 준다.
꽃도 마음도 절반만 피어야 좋지
만발하면 슬프다며, 이미
이울기 시작한 엄마가 낮에 핀 박꽃처럼 웃는다.
멀리서 봐야 아름다울 때도 있다며
산 빛인지 물빛인지 분간할 수 없는
먼 데를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세상 어느 동아줄이 마주잡은 저 손만 하랴.




ㅡ 시집『시인의 재산』(지혜,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