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검정 고무신 정연탁 흙섬뜰 헝겁 덧댄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나도 꼭 이렇게만 꼭 이정도만 |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0』(머니투데이, 2015년 01월 05일)
아련함부터 솟아나는 이름이다. 지금의 신발처럼 갖은 장치를 하지 않고도 단순하게 작은 배 모양을 한 고무신은 우리 피부에 한 몸인 듯 밀착감을 주는 신발이었다. 색이 검었기에 닳아 얇아지고 찢어져 신지 못하게 되기 전까지 전천후로 신을 수 있었다. 그뿐인가 검정고무신은 실용성을 갖추고 있어 산에서든 들에서든 강가에서든 우리의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어른들은 성실하고 검소했으며 부가 있다고 하여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연령을 가르지 않고 신분고하를 가르지 않는 게 검정고무신이었다.
결국 시를 쓴다는 것은 사물(세상)을 보고 느끼고 깨우치는 만큼 나도 그렇게 닮아가야 한다는 것의 구체적 행위이다. 어른이 된다는 일, 산다는 일 자체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새해, 내 마음을 다룰 결심 한 가지쯤 세우고 출발해도 좋겠다.
'디카시 ♠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밭/신달자 (0) | 2020.01.31 |
---|---|
겨울의 뿌리/이성렬(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1) (0) | 2020.01.03 |
보리밭/최광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9) (0) | 2016.09.30 |
안녕, 갑오/조재형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8) (0) | 2016.09.30 |
정박/정한용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7) (0) | 2016.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