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 모음

검정 고무신/정연탁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 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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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정연탁



흙섬뜰 헝겁 덧댄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나도 꼭

이렇게만

꼭 이정도만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0(머니투데이, 20150105)


  아련함부터 솟아나는 이름이다. 지금의 신발처럼 갖은 장치를 하지 않고도 단순하게 작은 배 모양을 한 고무신은 우리 피부에 한 몸인 듯 밀착감을 주는 신발이었다. 색이 검었기에 닳아 얇아지고 찢어져 신지 못하게 되기 전까지 전천후로 신을 수 있었다. 그뿐인가 검정고무신은 실용성을 갖추고 있어 산에서든 들에서든 강가에서든 우리의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어른들은 성실하고 검소했으며 부가 있다고 하여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연령을 가르지 않고 신분고하를 가르지 않는 게 검정고무신이었다.

결국 시를 쓴다는 것은 사물(세상)을 보고 느끼고 깨우치는 만큼 나도 그렇게 닮아가야 한다는 것의 구체적 행위이다. 어른이 된다는 일, 산다는 일 자체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새해, 내 마음을 다룰 결심 한 가지쯤 세우고 출발해도 좋겠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신분고하를 가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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