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
정희성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애월 밤바다에 가서
나는 보았네
들숨 날숨 넘실대며
가슴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물 미는 소리
물 써는 소리
오오 그대는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나
―시집『시를 찾아서』(창비시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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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이 달에 있는 달선녀 이름인가. 애월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애월에 대한 동경심이 더 생길 것 같은 이름이다. 애월, 애월 하면 애월에게 애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애월은 제주도에 있는 한 바닷가 마을의 이름. 도대체 이 애월의 바닷가가 어떻게 생겼기에 많은 시인들이 앞다투어 애월을 보고지고 했는가. ‘자화상‘처럼 애월을 노래한 시인을 많다. 아내와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아내의 일정에 맞추어 가보지도 않고 ’애월‘을 썼다는 이수익 시인을 비롯하여 엄원태 시인의 ’애월‘, 서안나 시인의 ’애월涯月 혹은‘, 정윤천 시인의 ’애월에 이르는‘, 이대흠 시인의 ’애월(涯月)에서, ‘涯月’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균칠 시인의 ‘달의 난간 ’, 김왕노 시인의 ‘ 애월에서’, 이재무 시인의 ‘애월에서’ 부제가 붙은 ‘인생’, 이상국 시인의 ‘애월涯月에서’, 이정환 시인의 ‘애월 바다’ 시조까지... 아마 내가 모르는 애월에 대한 시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자주 해보지 않은데다 어쩌다 제주도를 가보기는 했어도 애월 바닷가를 가보지 못했다. 문득 애월이 생각이 났지만은 유명세를 따라 뒤늦게 찾아간 이는 어쩌면 실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 애월을 쓴 시인들이 애월을 다 가보고 시를 쓴 것일까. 가본다고 해서 다 시가 쓰여지는 것일까. 이수인 시인처럼 아내와 동행한 제주도에는 시인이 가보고 싶어하는 애월바다보다 훨씬 더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성산일출봉도 있고 민속촌, 정방폭포, 산굼부리와 그 외 가 본 사람 또 오라고 새로운 볼거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제주도가 초행인 아내를 위해서 애월을 양보한 이수익 시인은 나중에 애월을 가보셨는지 안 가 보셨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시는 쓰셨다.
타고난 천재 시인들은 일상어가 다 시어일 테지만 죽어라고 노력하고 공부해서 어쩌다 시 같지 않는 시 한 편을 쓰는 무명의 시인들에게도 애월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간다고 해서 시가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은 어설픈 시라도 한 편 건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애월 시 모음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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