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초록 나비 /김연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8. 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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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나비

 

김연화

 

 

꽃들 잔칫상 물린 자리

오월 끝자락 잎들의 세상은

사람만 두고 모두 초록이다

잎사귀의 꿈이 나비가 되었을까

초록 날개 저어 봄을 건너온 유월

금오산 기슭에서 본다

표본실에서도 본 적 없는 초록 나비

눈부시지 않아서 더욱 아름다운

봄꽃 떠난 세상을 온통

휘젓는 초록의 날갯짓이

평온하다

 

 

 

시집『초록 나비(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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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은 어디에 있는 산이며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을까. 서울 수도권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인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을 마주하고 있는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관악산과 삼성산을 제 영역 순찰하듯 골목길을 맴돌고 있는 길냥이처럼 사계절 7개 산을 돌고 도는 나에겐 금오산은 낯선 산이다.

 

찾아보니 금오산은 977m로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 836보다 높고 평탄함과 급경사를 갖추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데 삼국시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이곳을 지나다가 저녁놀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인은 초록나비를 금오산에서 발견한다. 그렇다고 초록나비가 어디 금오산에만 있을까 만은 누구나 다 보지만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표본실에서조차 없는 초록나비를 금오산에서 만났고 꽃보다 아름답다는 녹음방초에서 초록나비를 조우한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감응으로 속삭이는 초록나비 떼는 시인을 만나 아름답게 펄럭인다.

 

시가 신이 주는 선물이라면 그 초록의 선물을 받으려고 나는 산을 자주 간다. 나의 초록나비는 어디에 있을까. 초록나비 만나러 늘 산을 헤매는데 오늘은 일요일, 아침부터 장맛비 계속 내려 초록나비들 안부를 물으러 가지도 못했다. 짓궂은 모다깃비에도 초록나비들 만날 때까지 부디 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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