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역
김연화
내가 태어난 마을은 역이 있는 읍내 마을이었다
역 대합실에는 작은 매점이 있었는데 그 매점은
기차가 들어올 때만 문이 열리고 전등이 켜지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그 매점에서 저마다
종합선물세트라든지 과일이라든지 술을 사서
신작로를 나와 윗길로 아랫길로 흩어지곤 했다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불이 꺼지고 문이 잠기곤 했다
우리 집 마루에서 놀다가도
기차소리가 나면 달려가던
ㅡ시집『초록 나비』(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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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역이 어디 있나?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봉화역은 영동선이다. 영동선은 경상북도 영주 내륙에서 바닷가가 있는 강원도 강릉까지... 봉화는 문단 앞 뒤 옆에 붙어 있는 역으로 그 사이 문단이라는 곳은 내 아버지의 고향이고 내 사촌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해서 여름방학이면 가끔 내 고향 탄광촌인 영동선 중간쯤에 있는 철암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사촌 집으로 놀러 가곤 했었다.
완행열차라 역마다 정차하는지라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굴 하나 지날 때마다 굴 하나씩 세고 지루하면 승부, 분천, 현동, 춘양, 거촌역 이름을 세다보면 봉화역이다. 봉화역 다음이 문단이라 봉화역을 출발하면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봉화를 따로 가 본적은 없어도 봉화역은 내 기억의 그리움을 한 자락 붙들고 있는 것이다.
김연화 시인은 영동선의 시작과 끝 가까이에 있는 봉화역이 고향인 모양이다. 그 고향역은 열차가 설 때만 매점이 열리고 열차가 지나가면 닫히는 매점이다. 봉화역은 영동선에서 그나마 꽤 큰 역인데 봉화군은 행역구역에 비해 인구가 적다는 통계처럼 사람이 많지 않다. 하루 종일 매점을 연다 해도 뜨내기손님도 없었을 것이다.
열차가 지나갈 때 매점이 열리는 것은 그 때만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왕래가 없다보니 친척집을 간다고 하면 뭔가 하나쯤 선물보따리를 사가지고 가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었다. 그러니까 무얼 꼭 사러간다기보다 열차소리가 들리면 시인이 쪼르르 달려간 것은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것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리라. 아마 당시 과자 여러 가지가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긴 있는 선물이 아니었다 싶다. 그런 선물을 받고 싶다는 시인의 어린 시절 열망도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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