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
―고슴도치 딜레마
곽도경
당신과 나 사이 거리는
2미터가 적당하다고 하네요
손을 잡을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 거리에서
간절함을 버무린 색은 자주빛
요즘 핫한 바이러스 같기도 하네요
마음대로 손잡고
마음 놓고 포옹했던 시간들이
하루 종일 구급차에 실려
음압병실로 이송되고 있어요
일상이 그리움이 되는 일
사실 그건 상상 속에서조차 없었던 일
온몸 가시가
서로를 찌를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는 필수
사랑에도 거리가 필요해요
곧 다가갈게요
그때까지 당신
부디
안
녕
―시화집『오월의 바람』(도서출판 두엄, 2020)
―계간 『詩하늘』(2020년 가을호)
―시집『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학이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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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코로나19땜에 죽을 맛입니다. 사람이 무서운 줄, 아니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무서운 줄 정말 새삼 알았습니다. 어느 전쟁의 전투가 이렇게 소리 없이 무서울까요. 냄새도 없고 기척도 없고 모양도 없고 괴괴한 소문이 그저 무섭고 두려울 뿐입니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 가면 괜찮아지겠지, 봄이 되면 나아지겠지 막연한 기대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든 지금까지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시에서도 나오지만 악수도 말고 2미터 거리를 두고 마스크는 필수가 된 일상의 연속입니다. 정말 마음 놓고 마시고 먹고 이야기하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좋은 시는 발견에 있다고 하는데 코로나19를 고슴도치에 비유한 발상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을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시고 고슴도치 근처엔 아예 가지도 마십시오. 코로나19는 찔러서 아플 정도에 그치지는 않겠지만 찔러서 후유증이라도 앓으면 큰일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조심하시고 시에서처럼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안녕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