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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강보철
난 아프면 안 되고
난 다치면 안 되고
꿈을 꾸었는데
내일을 기다렸는데
아끼자고 꼭 쓸 만큼만 쓰자고 했다
참고 참자고 스스로 다짐도 했다
견디고 조금만 더 견디자고 했다
1원도 허투루 쓰지 않고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잡아야지, 잡아야지
손끝에 만져지는 것 같은데
또 멀어지는
위선을 앞세운 세상
애써 죽 쒀서 개 줬다
―계간 『詩하늘』(2020년 가을호)
감태준 시인은 ‘철새’라는 시에서 조심하라고 하면서 앞서 날아가던 아버지가 발을 헛디뎌서 자식도 같이 떨어진 자리가 서울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는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서 서울로 일부로 거처를 옮기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계획을 한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서울이라는 곳에 떨어져서 그 한 귀퉁이 모서리를 빌려서 탈출도 못 하고 지금까지 어영부영 살고 있습니다.
시의 화자가 토로하듯 서울서 사는 일 만만치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사는 것이 서울만 힘든 것이 아닐 것입니다. 다른 지방도시라 해서 사는 게 별다르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팍팍한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화자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몸이 아파서도 안 되는 강박으로 아끼고 모으고 보다 좋은 여건에서 살자고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죽 썼다는 것을 보니 세상살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애써 모은 것을 엉뚱한 곳에다가 보시를 했나봅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낸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시고 건강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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