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초롱꽃 연가
임종삼
에밀레 에밀레라 바람결에 듣던 소리
서라벌 첫새벽을 일깨우던 범종소리
이 높은
산정에 날아와
꽃으로 피어나네
함사요 함사세요 동구밖 외침소리
백마 탄 꼬마 신랑 꽃가마 탄 이쁜 각시
청홍등
금강 꽃등을
앞세우고 오시네
가련다 또 오련다 만남의 금강산하
자줏빛 꽃 한송이 찬비에 떨고 있다
철책선
어서 걷자며
청사초롱 드는 꽃
―계간 『詩하늘』(2020년 가을호)
언젠가 강원도 어느 산을 산행하다가 은방울꽃을 본 적이 있었다. 큰 이파리 아래 작은 꽃들이 종종종 종을 울리고 있었다. 홀딱 반해서 산을 오르다말고 한참이나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런데 금강초롱꽃은 아직 인연이 안 닿아서인지 마주치지를 못했다. 다만 사진에서 만나 보니 색깔도 이쁘고 직접 본다면 홀딱 반할 것만 같다. 화사한 기품에 초롱등을 질서정연하게 매달고 있다.
금강초롱꽃은 이름에서 보듯 금강산에서 발견돼 금강초롱이라고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고산식물로 한국의 고유종이며 전 세계에 2종이 있는데 모두 우리나라 자생종이라고 한다. 꽃말은 ‘가련한 마음’, ‘각시와 신랑’, ‘청사초롱’이며 금강초롱꽃은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금강산에 남매가 살았는데 누나가 병이 들어 동생이 약을 찾으러 떠났고 동생을 기다리며 초롱불을 들고 있던 누나가 쓰러져 그 초롱불이 초롱꽃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이 아름답고 멋진 꽃의 이름으로 촘촘히 엮어 놓은 시조를 본다. 금강초롱꽃이 에밀레종으로 태어나고 함재비를 앞세운 꼬마신랑신부의 청사초롱이 되었다가 휴전선으로 가서 남북통일의 기원하는 기도가 되었다. 좋은 시는 발견에 있다는 말처럼 금강초롱꽃만큼이나 시조 또한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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