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 바람의 性別 / 마경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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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性別

 

마경덕

 

 

썰물처럼 빠져나간 바람이 너울너울 밀고 간 모래물결,

맨발로 사막을 건너간 암컷의 흔적이다. 치맛자락 끌고

조신하게 걸어갔다. 수천 년 모래알을 새며 사막을 걸을

수 있는 자는 몸을 찢은 어미만이 가능한 일, 피 냄새를

기억하는 바람은 어디론가 흘러간 제 새끼를 보려고 족적

足跡을 기록해 두었다.

 

하지만, 기록이란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낙타의 행렬

이 그녀의 발자국에 겹쳐지고 바람이 묻힌 자리에 또 바

람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이니,

 

이곳에서 이별이란 그저 사소한 일. 평생을 떠돌다가

우연히 마주쳐도 늙어버린 어미를 기억할 바람은 없다.

새끼를 낳은 것들의 형벌은 떠난 자식을 끝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뼈를 묻으며 살아가는 것은 사막의 오랜 관습. 별들의

장지葬地가 된 이곳에서 떠돌이 바람도 수없이 뒤꿈치를

물렸을 것이다. 그때 물결 같은 발자국이 찍혔을 것이다.

 

사구沙丘를 넘어온 회오리바람이 모래밭을 헤집는다.

짝을 잃은 수컷들이다.

 

 

 

ㅡ계간시와 정신(2011년 봄)

ㅡ시집글러브 중독자(애지, 2012)

202117일 오후 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