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쥐똥나무 /마경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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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

 

마경덕

 

 

늘 고만고만한 쥐똥나무

허리쯤 닿는 제 키를

원래 그렇다고 믿는 눈치다

해마다 전지가위에 길들여지더니

공원 울타리 노릇이나 하면서 이대로 늙어갈 모양이다

 

꽃 같지도 않다고,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에

주눅이 든

쥐똥나무는 소심형

지난겨울 쥐똥처럼 생긴 열매를 들고 서서

이걸 어디에 숨기나 쩔쩔매는 것을 보았다

 

쥐똥냄새 나는 이름이 싫다고

말도 못하는 쥐똥나무

이렇게 고운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 번도 각주를 달지 않는 쥐똥나무

 

겉모습에 착한 세상

향기는 보지 않고 쥐똥만 보는 시대,

쥐똥나무야 미안하다

 

공원에 나갔다가 반성문 한 장 쓰고 돌아왔다

 

 

ㅡ시집글러브 중독자(애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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