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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 부는 아침
강성원
붉은 바닷가의 집
녹색 커튼을 살며시 열어보는 아침 해
내려다보는 백사장엔 모시조개가 제 살을 비우고
날아오를 듯 흰나비로 앉아 있다
먼 길 가려는 바람은 물너울을 타고 온다
모래톱 위를 종종종 걷는 물새 떼
안개는 빨판을 달고 배 한 척 붙들어 놓지를 않는다
길을 내려가 보면 바다가 보여주는 손바닥
잠든 바위를 깨우다 시퍼렇게 멍이 다 들었다
파도는 모래사장에 음표를 새겨두고
도레시 라솔미 오르내린다
바다가 들려주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음악
사랑이란 단어를 적어 넣으면
오선지 위에서 저토록 따뜻하게
꽃으로 피는 말이 있을까
바다를 향해 걸어가다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춘 해안선
메꽃이 피어 호른을 부른다
맨 처음 입술을 열 때 첫사랑이 저랬을 것이다
한 입 수줍은 입술이 파르르 떤다
천천히 입을 오므린다
<23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2021년 1월 15일 20시 57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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