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고정희 시집....다섯째거리-- 길닦음마당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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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거리--길닦음 마당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느니

1. 사람의 길이 다 사람 안에 있으니

아하 사람아
본은 어머니요 그 뜻은 사랑이라
해동국 조선땅 팔만사천 사바세계
사람의 길은 다
사람 안에 있으니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가쁜 길이 있으면 평탄한 길이 있고
막막한 길이 있으면 안심하는 길이 있고
벅찬 길이 있으면 쉬어가는 길이 있고
혼자 가는 길이 있으면 함께 가는 길이 있고
외로운 길이 있으면 즐거운 길이 있고
고통스런 길이 있으면 편안한 길이 있고
달려가는 길이 있으면 살펴가는 길이 있고
주저앉는 길이 있으면 일어서는 길이 있고
질러가는 길이 있으면 돌아가는 길이있고
깜깜한 길이 있으면 환한 길이 있고
이별하는 길이 있으면 만나는 길이 있고
떠나가는 길이 있으면 돌아오는 길이 있고
앞서가는 길이 있으면 기다리는 길이 있고
버리는 길이 있으면 찾아가는 길이 있고
내키잖는 길이 있으면 당기는 길이 있고
내키잖는 길이 있으면 당기는 길이 있고
해 지는 길이 있으면 달 뜨는 길이 있고
팍팍한 길이 있으면 편안한 길이 있고
매인 길이 있으면 풀리는 길이 있고
압박의 길이 있으면 해방의 길이 있고
이슬길이 있으면 저승길 아니던가

가는 길 오는 길
이 모퉁이 돌아 저 모퉁이
한 고비 두 고비 넘어가는 삶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고
죽일 때가 있으면 살릴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으면 세울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애곡할 때가 있으면 춤출 때가 있고
서로 껴안을 때가 있으면 그만둘 때도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으면 없앨 때도 있고
건사할 때가 있으면 버릴 때가 있고
입을 열 때가 있으면 입을 다물 때가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으면 평화를 누릴 때가 있나니

이게 다 인생살이 아니던가
사람의 길이 다
사람 안에 있으니


07.12.31/밤 10시 51분

2.. 가진 만큼 나눠주고 받은 만큼 의지되어

갈 수 없는 것은 길이 아니요
열 수 없는 것은 문이 아니라
헐 수 없는 것은 벽이 아닐요
건널 수 없는 것은 강이 아니라
뽑히지 않는 것은 말뚝이 아니요
풀리지 않는 것은 포승이 아니라
진 길은 비켜 가고
슬픈 길은 함께 가고
기쁜 길은 나눠 가고
어둔 길은 더디 가고
큰 길은 성큼 하고
막힌 길은 넘어가고
먼 길은 한 걸음부터
길을 가세 길을 가세
해방세상 길을 가세
땀 흘린 만큼 기회 갖고
일한 만큼 임금 받아
가진 만큼 나눠주고
받은 만큼 의지되어
길을 가세 길을 가세
평등세상 길을 가세

굽은 길은 펴서 가고
돌밭길은 골라 가고
높은 길은 낮춰 가고
얕은 길은 높여 가고
가시밭길은 헤쳐 가고
썩은 길은 내처 가고
새 길은 닦아 가고
산길은 쉬엄쉬엄
길을 가세 길을 가세
자유세상 길을 가세

모르는 길은 두드려 가고
잊은 길은 물어 가고
놓친 길은 찾아 가고
투쟁길은 일사천리
길을 가세 길을 가세
통일세상 길을 가세

07.12.31/밤 10시58분


3. 오늘날 어찌하여 우리 길이 막혔는고 하니

<메기는 소리>
오늘날 어찌하여 해방길이 막혔는고 하니
허욕정치 허세정치 허물정치 '석삼허' 때문이라
정권만 쥐었다 하면 호의호식하는 정치가
시국만 바뀌었다 하면 옷 갈아입는 정치가
식민치하 매국하고도 승승장구 정치가
오일륙과 유신체제에 빌붙어먹은 정치가
돈 바치고 몸 바쳐서 한자리 얻은 정치가
한 입으로 두말하고 한 몸으로 두 길 가는 정치가
장기집권 부추기며 자리 지키는 정치가
만조백성 탄압정치 설계하는 정치가
부패정권 이용하여 축재하는 정치가
우민정권 이용하여 떼돈 버는 정치가
민주시민 압살하고 훈장 받는 정치가
공적으로 성차별 주장하는 정치가
가족법 개정에 결사반대 정치가
부인을 그림자로 착각하는 정치가
백성의 피땀 위에 궁전 짓는 정치가
만장일치 일사불란 몸에 밴 정치가
여차하면 공권력 동원하는 정치가
안보정치 정보정치 숭배하는 정치가
사대주의 근성으로 버티는 정치가
아부아첨으로 우쭐대는 정치가

<받는 소리>
이런 허접쓰레기가
해방길을 막았구나
에잇, 버러지야, 에잇 쓰레기야
몰랐더냐 몰랐더냐 몰랐더냐
냉엄하신 민주시민 철퇴를 몰랐더냐

<메기는 소리>
오늘날 어찌하여 평등길이 막혔는고 하니
독식기업 독자기업 독점기업 '석삼독' 때문이라
정경유착으로 돈독 오른 기업인
매판자본으로 돈방석에 앉은 기업인
다국적기업으로 싹쓸이한 기업인
문어발 기업으로 독식하는 기업인
매점매석으로 한탕주의 기업인
생존권 박탈로 번창하는 기업인
저임금 술책으로 재벌 된 기업인
노동자를 하인으로 부리는 기없인
잔업수당 잘라먹고 살찌는 기업인
방위성금 잘 내고 보호받은 기업인
어용노조 만들어 탄압하는 기업인
독재권력 보좌하여 과식하는 기업인
영세기업 목졸아 배탈난 기업인
돈으로 만사형통 달성하는 기업인
여자 벗겨 바이어 환심사는 기업인
국가자본 외국으로 빼도리는 기업인
공해산업 끌어들여 국토 망치는 기없인
농어민 땅 탈취하여 갑부되는 기업인
살인정권 수발들어 장수하는 기업인
공해식품 만들어 재미보는 기업인
옳은 세상 절대로 안 믿는 기업인
도둑질하고 뻔뻔하게 방송하는 기업인

<받는 소리>
이런 날강도들이
평등길을 막았구나
에잇, 짐승이야 에잇, 가축이야
몰랐더냐 몰랐더냐 몰랐더냐
지엄하신 역사심판 불퇴를 몰랐더냐

<메기는 소리>
오늘날 어찌하여 자유길이 막혔는고 하니
총살부대 학살부대 교사부대 '석삼살' 때문이라
옳은 말 하는 시민 재갈물리는 군인
바른 주장 하는 시민 주리트는 군인
불복종 시민 곤장 태장 먹이는 군인
시위학생 잡아들여 물고문 전기고문 살인고문 하는 군인
재야세력 밤낮으로 못살게 하는 군인
협조하지 않는 시민 닥치는 대로 압살하고
삐딱하게 구는 시민 만나는 대로 협박하고
군부독재 장기집권 손발 노룻하는 군인
데모진압 구실삼아 여자 강간하는 군인
정치자금 안 내는 기업 공중분해시키는 군인
야인학살 자행하고 승급승진하는 군인
민주언론 통폐합 목적 달성시킨 군인
비명절규로 축포 만드는 군인
총칼 휘둘러 훈장 받는 군인

<받는 소리>
이런 허수아비들이
자유길을 막았구나
에잇, 저승사자야 에잇, 지옥 황군이야
몰랐더냐 몰랐더냐 정녕 몰랐더냐
장엄하신 시민군 진군나팔을 몰랐더냐

<메기는 소리>
오늘날 어찌하여 민주길이 막혔는고 하니
복종생활 순종생활 굴종생활 '석삼종' 때문이라
여자팔자 빙자해서 기생 노릇 하는 여자
현모양처 빙자해서 법적 매춘 하는 여자
사랑타령 빙자해서 노리개 노릇 하는 여자
미모 빙자해서 사치놀음 하는 여자
가정교육 빙자해서 자녀차별 하는 여자
남편출세 빙자해서 큰소리 치는 여자
남자신분 빙자해서 투기노름 하는 여자
전통 빙자해서 자기비하 하는 여자
학벌 빙자해서 무위도식 하는 여자
삼종지도 빙자해서 천리까지 가는 여자
부창부수 빙자해서 청맹과니 되는 여자
부계혈통 빙자해서 창씨개명 하는 여자
나약함 빙자해서 홀소 설 수 없는 여자

<받는 소리>
아차, 하녀 신세로구나
아차, 노예 신세로구나
몰랐더냐 몰랐더냐 몰랐더냐
후천개벽 평등세상 도래를 몰랐더냐

07.1231/밤 11시 22분

4. 길을 닦세 길을 닦세 해방세상 길을 닦세

아하 사람아
본은 어머니요 그 뜻은 사랑이라
사람의 해방이 다
사람 안에 있으니
묶였으면 풀리는 길이 있고
갇혔으면 나가는 길이 있고
눌렀으면 일어서는 길이 있고
사람의 길이 다 사람 안에 있으니
오늘날 우리 가진 부정 만든 부정
받은 부정 생긴 부정 다 털어놓고
자녀만대 이르는 해방길을 닦아보세

<메기는 소리>
길을 닦세 길을 닦세
바른 정치 길을 닦세
앞 못 보는 장님 정치귀신
말 못하는 벙어리 정치귀신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정치귀신
제 발로 걷지 못하는 앉은뱅이 정치귀신
거짓말 밥먹듯 하는 사기 정치귀신
극우반동 앞세우는 조작 정치귀신
민주세력 탄압하는 살인 정치귀신

<받는소리>
지옥은 도산지옥 진관대왕께 매였으니
선선히 발원 받고 축수 받고 노자 받아
도산지옥 면하여 하옵소사

<매기는 소리>
길을 닦세 길을 닦세
나라 살림 길을 닦세
낚싯밥에 배 터진 탐욕귀신
가랫밥에 목 부러진 탈세귀신
콩밥에 쓸개 터진 매판귀신
눈치밥에 허파 터진 아부귀신
사자밥에 간덩이 부운 매국귀신
새벽밥에 콩팥 째진 착취귀신
주먹밥에 혼쭐 빠진 수탈귀신
찬밥에 재 뿌리는 억압귀신

<받는 소리>
지옥은 하탄지옥 이재왕께 매였으니
재밥 먹고 약밥 먹고 염불 받아
하탄지옥 면하여 가옵소사

<매기는소리>
길을 닦세 길을 닦세
자유민주 길을 닦세
오랏줄 휘두르는 청부귀신
쇠사슬 짤랑대는 허수귀신
큰 칼 내리치는 백정귀신
따발총 들이대는 백골귀신
삼지창 번뜩이는 계엄귀신
연행 미행 일삼는 안보귀신

<받는 소리>
지옥은 금수지옥 염라대왕께 매였으니
예렴 받고 인정 받고 노자 받아
금수지옥 면하여 하옵소사

<매기는 소리>
길을 닦세 길을 닦세
사람세상 길을 닦세
큰 집에 갇혀 죽은 마님귀신
외양간에 갇혀 죽은 마누라귀신
닭장에 갇혀 죽은 과부귀신
철창에 갇혀 죽은 열녀귀신
궁전에 갇혀 죽은 아씨귀신
상여집에 갇혀 죽은 처녀귀신
술집에 갇혀 죽은 창녀귀신

<받는 소리>
지옥은 방인지옥 변선대왕께 매였으니
앞앞이 염불 받고 기원 받고 축수 받아
방인지옥 면하여 가옵소사

<매기는 소리>
섬밥으로 말밥으로 동이밥으로 엮어서
씻거든 담거든 자시거든
오던 길로 돌아서서
극락세계 서방정토 훠이훠이 가옵소사

<받는 소리>
원통한 새악 설리 생각 말으시고
주저없이 서슴없이 가옵소사
퉤, 퉤, 퉤

08.10.02/밤 0시 12분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지요.

다들 평등세상을 꿈 꾸지만 세상에 완전한 평등은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