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이 두 개의 눈은
-어느 석상石像의 노래
원수의 탱크에 두 팔을 먹히고
또 원수의 이빨에 헛바닥을 잘리고
이제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이
두 개의 눈.
누가 또 다시 이것마저 바치라는가
아무도 나에게서 이것을 빼앗지는 못한다 이
두 개의 눈은.
지켜보리라 가난한 동포의
머리 위에 내리는 낙엽을, 흰눈을,
그들의 종말을.
학대받는 자와 학대받는 자의
종말을 보기 위하여 내가 지닌 것은
이제 이것뿐이다 이
두 개의 눈.
07.12.31/낮 3시 24분
23
그들
쏟아지는 빗발 속을
맨발로 간다
서로 잡은 야윈 손에
멍이 맺혔다
성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겁먹은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흰옷 입은 어깨에
피가 엉겼다
몰아치는 바람 속을
마구 달린다
07.12.31/3시 26분
24
1950년의 총살銃殺
1
빗발이 치고 바람이 울고 총구가
일제히 불을 토한다. 통곡하라
나무여 풀이여 기억하라 살인자의
얼굴을, 대지여. 1950년 가을
죄없는 무리 2백이 차례로
쓰러질 때, 분노하라 하늘이여 이
강의 한줄기를 피로 바꾸어라.
그러나 살인자는 끝내 도주했다.
부활하라 죄없는 무리들아, 그리하여
증언하라 이 더러운 역사를.
어둠이 깔려 시체를 묻고 비가 내려
피를 씻었다. 아무도 없는가
부활하는 자. 모두 흙 속에서
원통한 귀신이 되어 우는가.
2
10년이 훨씬 지난다. 이제 그 자리엔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분네의
별장이 선다. 거실에서 부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추악한 음모가
꾀해지는 밤. 폐를 앓은 딸은
꿈을 꾼다. 맨발로 강를 건너가는
소년들의 꿈을. 한밤중에 눈을 뜨면
뒷수풀에서는 가마귀가 운다.
소슬한 바람이 와서 애처롭게 창을
넘본다. 아무도 없는가 부활하는 자.
그리하여 증언하는 자 아무도 없는가.
이 더러운 역사를, 모두 흙 속에서
영원히 원통한 귀신이 되어 우는가.
07.12.31/저녁 5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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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국의 명시' 라는 책에서
많은 시를 보았지요.
거기서 시인들의 이름도 많이 알았구요.
그런데
신경림 이라는 시인도 시도 기억에 없었습니다.
평범해서 소박해서 눈에 띄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시를 자꾸 보다 보니까
신경림의 시들이 제 취향에 맞지 않나 싶습니다.
취향에 맞다기 보다
시대를 풍자하는 시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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