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젠가 /김응혜(202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0. 16:26
728x90

<은상>

 

*젠가

 

김응혜

 

 

가슴에 품은 별 하나씩 꺼내서 집을 지어요

우주에 걸쳐둔 한 가닥 줄이 구심력을 키우면

우린 맴맴 돌며 소실점을 찾아가죠

 

긴장의 날 세우느라 하루가 무거워지면

눈물 발라가며 삭은 틈새 매우고

약 한 줌 툭, 털어 넣고 기우뚱한 생각을 불러들여요

 

세파의 경계에 가려움증 파고들어 출렁이면

뿍뿍 긁어 초토화된 울 엄니 초라한 집이 보여요

고인 힘 쥐어짜느라 굽은 등 위로

텅 비어 가는 늑골 하나 빼서 계단을 만들면

버팀의 내공 한 겹 두터워지고

팽팽한 우주처럼 붉게 번져가는 눈자위 가늘게 떨려요

 

빈 가슴 졸이며 가둔 날숨

우주의 기울기 가늠하며

지나온 세월의 고팽이 풀어 구석구석 살피는데

 

잠시 수편선을 놓친 허술함에

우당탕탕탕 탕탕탕

감마선 폭발같이 요란하게 허공을 찌르는 소리

들려요 짧은 조문과 함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정형화 의식 시작되면

계단은 슬며시 날개를 펴고

 

 

*짓다 라는 의미의 스와힐리어로 같은 크기의 직육면체 조각을 만든 탑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한 조각씩 빼어 맨 위에 다시 쌓아 리는 게임

 

 

<202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20211201625/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