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완벽히 우러나는 것은 찻잎일까 시일까
한복순
가지런한 맵시에
바람이 스며들어
맑은 물 닿으면
흐드러진 무질서
서서히 정돈된 체계
작은 우주 꺼낸 듯
무대회에 처음 나온
조심스런 소녀처럼
정중한 초대를
기다리는 두근거림
손모은 자그만한 포옹
숙녀로의 첫 의례
공기의 고요함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번지듯 파고들어
나긋이 깊어지는
찻잔 속 우러난 농담
입안에서 녹는다
⸺계간『시조21』(2020년 가을호)
2021년 1월 20일 16시 51분 /수요일
'2021 다시 필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서라벌의 꿈 ⸺만고충신 /박제상 (0) | 2021.01.20 |
---|---|
<시조>바람의 이유 /이우걸 (0) | 2021.01.20 |
<시>*젠가 /김응혜(202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0) | 2021.01.20 |
<시>얼룩말나비와 아버지 /최경심 (0) | 2021.01.20 |
<시>나무 유골 / 김경숙 (0) | 2021.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