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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얼룩말나비와 아버지
최경심
봄볕 환한 길 위에 나비가 누워 엎드려 있다
꽃향기에 취해서도 비틀거리지 않고
잠을 자면서도 날개를 부리지 않았던 나비
곁으로 바짝 다가가도 꼼짝하지 않는다
느릿하게 흔들리는 긴 더듬이에 실린
가냘픈 숨결에서
힘겹게 건너는 시간의 끝자락이 보인다
등 위에 짊어진 인연 차마 버리지 못해
바로 눕지도 못하고 죽어간다
맥 놓은 날개 위에 망연히 앉아있는
흑백 물결무늬 선명한 얼룩말
내리뜬 순한 눈에 고여 있는 석별 적요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던 저 너머 시간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자식들 편하라고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무너져 내리던 아버지의 날들은
불효의 긴 그림자로 남겨져
나는 지금도 가슴이 캄캄하다
나비 같은 호흡으로 밤을 새우고
동틀 무렵 기척도 없이 야윈 어깨를 내리시던
아버지도
등에 업힌 자식들 내려놓지 못하고 가셨으리라
아버지의 운구차가 지나가던 길에
활짝 핀 벚꽃은 세월이 지나도 이울지 않는데
그 꽃잎 흩어져 밟히는 한길에서
죽어가는 나비가 눈에 밟히지만
그냥 돌아서고 만다
<202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2021년 1월 20일 16시 11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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