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밥과 자본주의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다
(쑥대머리 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육십대 여자 나와 아니리조로* 사설)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 한 대목
조선 여자 환갑이믄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이라지만
내가 오늘날 어떤 여자간디
이 풍진 세상에 나와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똥배짱으루
사설 한 대목 늘어놓는가 연유를 묻거든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여자,
그러나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팔자치고
진짜 할 말 없는 인생 못 봤어
내가 바로 그런 여자여
대저 그런 여자란 어뜬 팔자더냐 (장고, 쿵떡)
팔자 중에 상기박한 팔자를 타고나서
부친 얼굴이 왜놈인지 뙤놈인지 로스케인지
국적 없는 난리통 탯줄 잡은 인생이요
콩 보리를 분별하고 철든 그날부터
가정훈짐* 부모훈짐 쐬본 적 없는 인생이요
밥데기 애기데기 구박데기로
식자마당 밟아본 적 없는 인생이요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추풍낙엽 동지섣달 긴긴 계절에도
거저 주는 밥 한 그릇 못 먹은 인생이라 (허, 그래)
조국 근대화가 나와 무슨 상관이며
산업발전 지랄발광 나와 무슨 상관이리
의지가지 하나 없는 인생이 서러워
모래밭에 혀를 콱 깨물고 죽은들
요샛말로 나도 홀로서기 좀 해보자 했을 때
아이고 데이고 어머니이
수중에 있는 것이 몸밑천뿐이라
식모살이도 이제 싫고
머슴살이도 이제 싫고
애기데게 부엌데기 구박데기 내 싫다,
깜깜절벽 같은 줄 하나 잡으니
그게 바로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이라 (허, 좋지)
내 팔자에 어울리는 말로 뽑자면
(유식한 분들은 귀 좀 막아! )
씹구멍에 차려놓고 하
씹 - 할 - 놈의 세상에서
씹 - 할 - 년 배 위에 다리 셋인 인간 태우고
씹구멍 바다 뱃길 오만 리쯤 더듬어온 여자라 (장고, 쿵떡)
내 배를 타고 지나간 남자가 얼마이드냐,
손님 받자 주님 받자
이것만이 살 길이다,
눈 뜨고 받고 눈 감고 받고
포주 몰래 받고 경찰 알게 받고
주야 내 배 타기 위해 줄선 남자가
동해안 해안도로 왔다갔다 할 정도였으니
당신들 계산 좀 해봐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에선가 용산 가는 길에선가
그 여자 배 위로 지나간 남자가
한 개 사단 병력이었다고 하는디
내 배 위로 지나간 쌍방울은
어림잡아 백 개 사단 병력 가지고도 모자라 (얼쑤 - )
개중에는 별별 물건 다 있었제
말이라면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는 물건
돈이라면 처녀불알도 살 수 있는 물건
만원 한 장이믄 배 수척 작살내는 물건
여자 배타고 하늘입네 하는 물건
들어올 때 다르고 나갈 때 다른 물건
돈만 내고 가겠네 하다가 꼭 하고 가는 물건
한 구멍 값 내고 다섯 구멍 넘보는 물건
하 동정입네 하면서 동정받고 가는 물건.....
이런저런 물건들이
그 잘난 좆대가리 하나씩 들고
구멍밥 고파 찾아오는 곳이 홍등가여
그러니까 홍등가는 구멍밥 식당가다, 이거여
그것도 다 정부관청 인가받은 업소이제
아 막말로 지 구멍 팔아먹는 장사처럼
정직한 밥장사가 또 어디 있으며
씹할 때처럼 확실한 인간이 또 있어?
구척장신 영웅호걸이라 해도
겹겹이 입은 옷 다 벗고 보면
흰놈 검은 놈 따로 없고
잘난 놈 못난놈이 오십보 백보라 (허, 그래)
인생이 다 밥 한 그릇 연유에 울고 웃는 순진한 짐생이야 !
그런디 세상은 하 요지경 속이라
오늘날 떵떵거리는 모모재벌기업 밥장사들
아름다운 금수강산
천가람에 독극물 풀어
수돗물에 악취오염 펑펑 쏟아지는데도
눈썹 하나 까딱않고 건재하는가 하면
세상 차별인생이 구멍밥 장사여
지 밑천 팔아 목숨 연명하는 인생을
세상은 '갈보'라고 쉬쉬해
구멍밥 장사가 생전에 무슨 죄가 있다고
아 요즘 그 흔한 동맹파업이니
몸값 인상 시위니, 씹할 권리투쟁 한번 안 일으켰는데
어찌하여 구멍밥 먹는 놈은 거룩하고
구멍밥 주는 년은 갈보가 되는 거여?
까마귀 뱃마닥 같은 소리 하지를 말어,
구멍 팔아 밥을 사는 팔자 중에
지 혼 파는 여자 아무도 없어
구멍밥 장사는 비정한 노동이야
물건 대주고 밥을 얻는 비정한 노동이야
혼 빼주고 밥을 비는 갈보로 말하면야
여자옷 빌려 입고 시집가는 정치갈보
지 영혼 팔아먹는 권력갈보가 상갈보 아녀?
아 고것들 갈보 데뷔식도 아주 요란벅적해
금테 두른 이름표 하나씩 달고
염색머리에 유리잔 부딪치면서
정경매춘 곷다발 여기저기 꽂아놓고
백성의 오복길흉이 마치
정치갈보 권력갈보 흥망에 달려 있는 것처럼
오구잡탕 거드름을 떨어 (장고, 쿵떡)
(정치갈보 몰아내고 민주세상 앞당기자)
내 식자마당 그림자도 밟아본 적 없고
지체 높은 집 문턱도 넘어본 적 없지만
구멍밥 장사로 백팔번뇌 넘다 보니
밥과 인생에 대해
명예박사학위 서넛쯤은 너끈해
구멍으로 쓰는 논문 좀 들어봐
인두겁이 벗겨지고
똥 내력이 뚜렷해질 거야 (허, 시원하게 벗겨봐)
(삼현청 장단 자지러지면 오십대 여자 나와 중모리풍으로 사설)
구멍밥으로 푸는 똥 내력 두 대목
사람 사는 인생길이 다 한가지라 하지만두
따져보면 엄연히 옳고 그름 있으니
그 먹고 싸는 밥과 똥 연유라
세상이 두쪽 난 두 밥이 있을진대
자본주의 꽃이라는 섹스밥이 그 하나요
사회주의 꽃이라는 혁명밥이 그 둘이라 (장고 쿵쿵떡)
밥그릇에 담긴다고 다 밥이 아니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다 밥이 아닐진대
위로 먹고 아래로 싸는 똥냄새 식별할 제
백폐만상 인생 내력애 바로 똥 내력이로구나 (추임새 - 허, 똥 내력이로구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물똥냄새야 물똥천지야
물정치 물난리가 무능 탓인지만 알았더니
육탈 안된 송장보다 썩는 냄새 충천하다
물정치 물난리가 썩기까지 하였으니
명경처럼 맑고 정한 천의 강과 호수
심산유곡 자태 울연한* 이 강토 산과 들에
왼갖 썩은물 굽이굽이 흘러들 제
남쪽에서 발원하는 바람이여
너마저 똥냄새로 창궁을* 채우는구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여
너 또한 똥냄새로 해를 들어올리누나
수도꼭지마다 썩은물 콸콸 쏟아지는구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오
물밥 말아먹고 물동 싸는 인생
꼭두밥 말아먹고 하수인똥 싸는 인생
낚시밥 말아먹고 도토리똥 싸는 인생
개밥 말아먹고 쉬파리똥 싸는 인생
변절밥 말아먹고 앵무새똥 싸는 인생
분단밥 말아먹고 피눈물똥 싸는 인생
매판밥 말아먹고 매국똥 싸는 인생
양키밥 말아먹고 칼똥 싸는 인생
착취밥 말아먹고 바늘동 싸는 인생
유착밥 말아먹고 저승똥 싸는 인생
권력밥 말아먹고 음모똥 싸는 인생
부정밥 말아먹고 사자똥 싸는 인생
인맥밥 말아먹고 지역똥 싸는 인생
가부장밥 말아먹고 하늘동 싸는 인생
(아 하늘이 왜 똥을 싸 똥을 싸긴!)
아이구 구린내야 아이구나
똥 - 천 - 하 - 자본이야
개도 마다하는 이 똥천지를 보자보자 하니
그 입에서 노는 혓바닥과 똥이 매한쌍이다 (허, 쳐라)
그 먹는 대로 싸는 것이 똥일진대
이제부터 인생은 똥이라 말해둬
그 취한 대로 먹는 것이 밥일진대
아제부터 똥을 봐야 밥을 안다 말해둬
진짜 밥을 먹어야 진짜 똥을 싸제
문전옥답 거름똥이 어뜬 똥이던가
지 땀으로 사는 인생 각자 밥이 있다 할 제
한 생명을 태우고 먹는 첫국밥이 있고
일 나갈 때 먹는 새벽밥이 있고
민초끼리 나눠먹는 들밥이 있고
인정으로 나눠먹는 고봉밥이 있고
동지끼리 나눠먹는 주먹밥이 있고
배고픈다리 넘어가는 보리밭이 있고
허튼귀신 몰아내는 오곡밥이 있고
이웃끼리 나눠먹는 대동밥이 있을진대
이 밥을 먹고 나면 거름똥 아니던가
자유세상 찾아 먹는 민주밥이 있고
평등세상 찾아 먹는 해방밥이 있고
통일세상 찾아 먹는 평화밥이 있고
공명세상 찾아 먹는 화합밥이 있고
개벽세상 찾아 먹는 민중밥이 있고
정의세상 찾아 먹는 사랑밥이 있을진대
이 밥을 먹고 나면 사람똥 아니던가
(허, 얼쑤! 지화자 꼬르륵)
아직도 인생이 무어냐고 묻거든
지 땀으로 사는 인생 거름똥이라 말해둬
순리대로 사는 인생 사람똥이라 말해둬
이제부터 물정치 물밭인생 물똥 끝장내고
허튼자본 허튼밥 허튼똥 끝장내고
분단세상 분단밥 끝장내고
억압세상 비리밥 끝장내고
백수건달 인생 혀끝 하나로 먹는 밥 끝장내고
지 땀으로 거두는 알곡인생 살자 할 제
자본주의 꽃이라는 섹스밥이여
허틀 섹스밥이 바로 매춘 내력이로구나
사회주의 꽃이라는 혁명밥이여
허튼 혁명밥이 바로 허튼 조국 내력이로구나
(휘몰이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중년 여자 나와 자진모리퐁으로.....)
허튼밥으로 푸는 매춘 내력 세 대목
구멍 파는 것만 매춘이 아니요
홍등가에 있는 것만 매매춘이 아닐진대
자고로 허튼밥이 매매춘 근원이라
흰밥을 검은밥으로 바꿔놓고
그른밥을 옳은밥으로 우격질하는
천하지본허튼자본님이 들어오실 제
허튼정치 허튼돈줄 권력매춘이요
허튼기업 허튼축재 양심매춘이요
허튼국방 허든행정 총칼매춘이요
허튼평화 허튼우방 매국매춘이요
허튼개혁 허튼숙청 지조매춘이라
허튼교육 허튼배움 인생매춘이요
허튼자리 허튼헌신 신념매춘이요
허튼의리 허튼단결 감정매춘이요
허튼자유 허튼권리 정신매춘이요
허튼특권 허튼출세 영혼매춘이라
어허라 사람들아
허튼사랑 있으니 허튼욕심이 있고
허튼욕심 있으니 허튼밥이 있구나
허튼밥이 있으니 허튼길이 있고
허튼길이 있으니 허튼꿈 천치구나
허튼꿈 있으니 허튼섹스 천지구나
어허라 사람들아
저승사자도 아니 먹는 허튼밥 세상이로다
몽달귀신도 마다하는 허튼사랑밥 세상이로다 (휘몰이장단에 칼춤......)
이제부터 인생이 무어냐고 묻거든
허튼삶 삽질하는 힘이라 말해둬
이제부터 목숨이 무어냐고 묻거든
허튼넋 몰아내는 칼이라 말해둬
대쪽 같은 사람들아
금족 같은 사람들아
각자 목숨에 달린 허튼밥줄 가려내 !
각자 연혁에 얽힌 허튼돈줄 잘라내 !
진짜밥 진짜사랑 뉘 아니 그릴쏜가
허튼밥줄 끊고 나면 눈이 뜨일거야
허튼돈줄 자르고 나면 새 길이 열릴거야
새벽이 오기 전에 매춘능선 넘어가세
이 밤이 가기 전에 허튼꿈 불을 놓으세
허,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허튼넋 허튼바람 활활 타는 불이로다
08.01.15/밤 1시 7분
*아니리 - 판소리에서 소리와 소리사이에 곡조를 붙이지 않고 이야기 하듯 극적 줄거리를 설명하는 부분) 사설辭說 - 말이나 이야기/ 이내 ∼ 들어보소.
훈짐薰 - 연기나 김 따위로 생기는 훈훈한 기운/ '권세 있는 사람' 의 세력을 비유
융융하다 -화평하다
深山幽谷 - 심산궁곡深山窮谷 - 깊은 산속의 험한 골짜기
울연하다蔚然 - ①무성하다 ②사물이 흥성하다
*창궁蒼穹 - 물이 맑아서 새파란 하천
蒼天 -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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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자본주의
희년을 향한 우리의 고백기도
함께 나누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거듭남의 비밀을 주신 주여,
함께 둘러앉은 만찬의 모습 속에
하느님 나라 의미를 깨닫게 하신 주여,
함께 나누는 성찬
함께 둘러앉은 만찬의 기쁨 속에
그리스도인의 해방과 통일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한분이신 그리스도
한분이신 하느님은
하나의 평화 하나의 정의임을 고백합니다
하오나 해방의 하느님
우리가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나눔의 삶을 되새기고
우리가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나눔의 길을 실천하려 애썼던들
오늘 우리 사는 세상이 이토록 심각한
빈부의 장벽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가진 것의 무게를 헤아리고
우리가 조금만 더 소외당한 이웃의 고통과 서러움에
응답하려 애썼던들, 그리고
우리가 조금만 더 자기성취의 분수를 깨닫고
우리가 조금만 더 세속적 욕망에서 의연했던들
오늘 우리 사는 세상이 이토록 참혹한
폭력과 전쟁과 죽음이 시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들으소서 정의의 하느님
고장남 역사의 수레바퀴 위에 우리가 앉아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못질한 방 속에서 타죽고
노동자가 온몸에 신나를 뿌리며 죽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림의 십자가를 지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백성을 떡 주무리듯 하고
가진 자가 갖지 않은 자를 종 부리듯 하며
죽음의 주도권을 쥔 자들이 온세상을
핵무기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동안에도
우리는 평화의 십자가를 지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민족이 두 쪽으로 갈라선 지난 오십년 동안에도
우리는 하나 되는 정의를 외면했습니다
우리는 하나 되는 평등을 멀리했습니다
우리는 하나 되는 해방을 불신했습니다
살림을 넘어 죽임으로
기쁨을 넘어 절망으로 달리는 고장난 열차 속에서
우리는 오직 침묵했으며
우리는 하나 되는 세상을 포기했습니다
용납하소서 평화의 하느님
우리가 이제 함께 나누는 성찬의 식탁으로 돌아가
해방의 피와 살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제 하느님 나라 모습으로 돌아가
평등의 길닦이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평화의 땅으로 돌아가
정의의 강물로 넘치고자 합니다
아아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통일의 집으로 돌아가
이념의 분단
자유의 분단
차별의 분단을 허물고자 합니다
우리를 일으키소서, 통일의 하느님
우리가 두 주인의 신전을 허물고
지난날 과오를 바벨탑을 부술 때,
우리가 교히의 빗장을 열고
세속적 교만의 주춧돌을 뽑을 때,
그곳에 새로운 역사의 십자가를 세우게 하소서
그곳에 평화의 봇물 해방의 봇물을 트게 하소서
드디어 우리가 해방의 강물로 오십억 목숨의 뿌리를 적실 때
이곳에 세계의 살림과 영생의 불길을 두게 하소서
(아멘)
08.01.15/밤 11시 25분
희년稀年 - 나이 이른살을 일컬음
24
밥과 자본주의
밥을 나누는 노래
함께 밥을 나누세 다정하게 나누세
함께 밥을 나누세 즐겁게 나누세
함께 밥을 나누세 마주보며 나누세
나누는 밥 나누는 기쁨
이 밥으로 힘을 내고 평등세상 건설하세
이 밥으로 다리삼아 해방세상 이룩하세
08.01.15/ 밤 11시 27분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제 2부 외경읽기
24
브로부도르 사원의 부처님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절간
인도네시아 브로부도르 대사원에는
부처님의 오백다섯 모습이
팔만사천 번뇌를 물레질하고 있는데요,
지붕을 가리지 않은 채
수만년 비바람 광야를 펼쳐놓고
억만년 삼라만상 여래와 함께
하늘 난간에서 맨몸으로 고뇌를 잣고 계시는
돌부처님의 물레질 소리 속에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부처님 음성을 들었습니다
꿈인가 싶어 부처님의
가슴을 진맥했습니다 부처님의
어깻죽지와 등짝을 진맥했습니다 부처님의
잘생긴 코와 입과 눈과 귀, 그리고 부처님의
너를 이마와 곱슬머리도 만져봤습니다 그때
내 맥박을 타고 흘러들어온 부처님의
따스한 슬픔 한 자락이
부처님을 진맥하는 손마디 사이에서
빗물로 뚝 ... 뚝 ... 아롱지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 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절간
브로부도르 사원의
오백다섯 돌부처님 무르팍에는
저마다 사람들이 몰래 뿌려놓고 간 슬픔의 낟가리가
물레 소리로 무레 소리로 물레 소리로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08.01.16/ 오후 4시 3분
25
외경읽기
손이 여덟 개인 신의 아내와 나눈 대화
어느 먼 나라 힌두교 대사원에 갔다가 그곳에서
손이 여덟 개인 신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문득,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우리나라 어머니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수작을 걸었습니다
여덟 손을 가진 신의 아내여
빛나는 신들의 시대,
백포도주로 강을 넘치게 하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그 위에 멈추게 하던 신의 시대에서도
여자는 일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아니면
임신과 출산의 기계였습니까
신들은 이마에 땀을 내지 않지만
백성의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답니다
내 남편 위시누는 머리가 넷이지요
동서남북 백성을 점지하기 때문이고
내 팔이 여덟임은
사면팔방 백성들의 마음을 보살피기 때문이랍니다
생기복덕 발원하는 백성들을
훈육하고 다스리고 먹이고 잠재우고
축복하고 일으키고 싸매주고 위로하는 일이란
신의 아내가 담당하는 것이지요
남편 위시누는 통치를 주관하고
나는 그 내조를 책임졌답니다
아하, 공 - 사 역할 분리가 당신 시대 것이군요
지금도 그 일을 하고 계십니까?
파리나 날리고 있답니다
세속의 남자들이 대권에 골몰하고
그 여자들이 내조에 서원하니
우리는 속세에서 버림받았답니다
신들은 사원데 갇힌 신세랍니다
신이 버림받은 시대
인간 승리 시대를 어떻게 보십니까?
오고 있는 역사는 언제나 개벽세상이고
와 있는 역사는 언제나 남자세상이었으니
이제 평등하지 않은 것은 종래 버림받겠지요
08.01.16/오후 4시 11분
27
외경읽기
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종기를 모른다 사
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뇌졸중을 모른다 사랑
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자궁암을 모른다 사랑하
지 않으면 나는 너의 섬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풀잎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
으면 나는 너의 북풍한설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
면 나는 너의 수중고혼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적막강산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
는 너의 흉곽진동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유니폼을 입고
새벽 도성을 비질하는 사람
아슬아슬한 절벽에 매달려
번쩍이게 유리창 닦고 있는 사람
"라이스는 나이스다"
무논에 모포기 심고 있는 사람이여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바람 부는 광장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어두운 골짜기를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서러운 강기슭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눈물샘을 모른다
08.01.16/오후 4시 17분
수중고혼水中孤魂 -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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