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틈 /전종대(2020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금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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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전종대

 

 

가까운 사이일수록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집 안에 가구들이 많아지고 부터이다

가구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곁의 가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을수록 안으로부터 조금씩 부풀어오른 배들

 

벽과 벽 사이에도 틈이 숨 쉬고 있었다

이어진 레일 사이에도 틈을 두었다

단단할수록 간극이 필요하다

 

때로 틈이 사막 같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틈은 너를 너답게 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내와 다투고 돌아서 바라보는 무연한 달빛

달빛과 달빛 사이에도 틈이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검은 입술 터진 틈으로 가느다랗게

풀들이 외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꽉 다문 입술들은 갈라진다

 

 

<2020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당선작>

 

20211221737/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