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면경 /이종호(2020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은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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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면경

 

이종호

 

 

핸드백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다닙니다

여자의 하루가 거울 속에 있습니다

 

여자는 자신이 사라질까 봐 거울을 자주 봅니다

 

궁금한 얼굴을 해석해 주는 면경을 유심히 보다가

왼쪽과 오른쪽 표정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거울 속에는 충혈된 눈과 마스카라의 눈물도 있습니다

 

우울한 손이 거울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깨지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박힌듯합니다

 

여자 마음도 균열이 갔습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제 얼굴을 잃었습니다

 

천의 눈을 갖은 거울은

천 개의 세상을 보고 싶어 쨍그랑, 깨졌을까

 

파편 속에서 반짝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2020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부문 당선작>

 

20211221744/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