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순결한 상처 /이화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8. 11:31
728x90

순결한 상처

 

이화은

 

 

무릎이 깨졌을 때도 사랑이 깨졌을 때도

어머니의 처방은 한결같았다

 

한숨 푹 자거라

 

한숨 푹 자는 동안 거짓말처럼 무릎도 사랑도 아물었다

 

잠 밖에서 어머니는

수은 방울 같은 내 눈물을 쓸어 모아

어디다 감추셨는지

 

한숨 푹 자고 나면

눈물은 말라 있고 사랑이 아문 자리에 치자꽃이 피어있었다

 

어머니가 달랜 모든 상처는 순결했다

 

맑은 시간이 치자꽃의 꽃말*을 우려내고 있다

 

 

* 순결

 

 

사화집(한국시인협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