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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엿보기
배종도
1. 봄, 감탄사
물음표로 내민 고개 연분홍 송이마다
명지바람 쓰다듬어 이마 살짝 적셔놓는
이슬 밴 감탄사들이 자란자란 피어난다.
2. 여름, 사과 가장이
열매 많아 찢긴 가지 그 아픔 알고부터
성글게 맺힌 씨알 장맛비 맛서나 보고
태풍이 날을 세워도 몸짓 저리 의연하다.
3. 가을, 소슬바람
황금 햇빛 으깨 빚은 탐스러운 붉은 결실
먼 길 온 소슬바람 품에 안고 감싼 자리
그곳에 허공이 잠시 등 기대고 앉아있다.
4. 겨울, 소실점
곤 때 절어 떠나는 잎 소실점 향해 가고
팔매질 눈송이들 어깨를 두들릴 때
자, 보라!
옷 벗은 몸통
울근불근 저 근육을.
<2021 제2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2021년 2월 9일 18분 57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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