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사과나무 엿보기 /배종도(2021 제2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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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엿보기

 

배종도

 

 

1. 봄, 감탄사

물음표로 내민 고개 연분홍 송이마다

명지바람 쓰다듬어 이마 살짝 적셔놓는

이슬 밴 감탄사들이 자란자란 피어난다.

 

2. 여름, 사과 가장이

열매 많아 찢긴 가지 그 아픔 알고부터

성글게 맺힌 씨알 장맛비 맛서나 보고

태풍이 날을 세워도 몸짓 저리 의연하다.

 

3. 가을, 소슬바람

황금 햇빛 으깨 빚은 탐스러운 붉은 결실

먼 길 온 소슬바람 품에 안고 감싼 자리

그곳에 허공이 잠시 등 기대고 앉아있다.

 

4. 겨울, 소실점

곤 때 절어 떠나는 잎 소실점 향해 가고

팔매질 눈송이들 어깨를 두들릴 때

, 보라!

옷 벗은 몸통

울근불근 저 근육을.

 

 

 

<2021 2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2021291857분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