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비비추*에 관한 명상 /문무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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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에 관한 명상

 

문무학

 

 

만약에 네가 풀이 아니고 새라면

네 가는 울음소리는 분명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울고 말거나 비비추 비비추.

 

그러나 너는 울 수 없어서 울 수가 없어서

꽃대궁 길게 뽑아 연보라빛 종을 달고

비비추 그 소리로 한번 떨고 싶은 거다 비비추.

 

그래 네가 비비추 비비추 그렇게 떨면서

눈물나게 연한 보랏빛 그 종을 흔든다면

잊었던 얼굴 하나가 눈 비비며 다가선다.

 

 

* 백합과 다년생의 산초. 7~8월에 개화하며 산지의 어둡고 습한 암벽, 너도밤나무 등의 고목 줄기에 착생함.

 

 

 

ㅡ권갑하엮음『현대시조대표작』(알토란북스, 2018)

2021년 2월 14일 20분 26분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