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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녘의, 책
박기섭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미
낡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 책 속의
내 시도
한물간 시다
귀 터진 책꽃이 한쪽에
낯익고도 낯선 책
날을 벼린다손 금세 또 날이 넘는,
은유의 칼 한 자루
면지에 박혀 있다
찢어진 책꺼풀 사이로
붉게 스는
좀의 길
그 활판 그 먹활자
향기는 다 사라지고
희미한 종이 재만 갈피에 푸석하다
터진 등 덧댄 풀 자국
바싹 마른
서녘의, 책
ㅡ시집『서녘의, 책』(발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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