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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본적
홍일표
꽃은 멀다
입술을 오므려
내 안의 너를 연주할 때
어느 미라의 눈꺼풀에 내려앉는 휘파람 같은
꽃 그림자는 붉지도 노랗지도 않아서
오래 잊고 있던 너였거나 너의 숨길이었거나
지금은 색을 버린 살
희미한 기억 한 줌
검은 숨을 쉬고 있다
검은 시간을 흐르고 있다
꽃이 벗어놓은 꽃
돌아가서 잠든
꽃의 미라
색이 다하여 까맣게 타버린
너는 잠자는 꽃이라 했지만
저것은 어두운 태중의 아이
후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꽃은 멀다
색색을 주장하지 않고
이름도 표정도 없이 바닥에 엎드려 피는
머나먼 당신
―시집『중세를 적다』(민음사, 2021)
2021년 2월 13일 오후 12분 18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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