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박서인 -강변 공원에서/누에에 관한 기억(제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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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공원에서

 

박서익

 

 

황악산 기를 받아 포도 알알 익힌 바람

농부의 땀방울을 가만가만 닦아주네

저문 놀 대나무 숲에 새들을 재울 때까지

 

직지천 맑은 물에 주저앉은 뭉개구름

물오리 자맥질에 하늘 잠시 출렁이고

바람은 바쁜 걸음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네

 

 

누에에 관한 기억

 

박서익

 

 

온종일 모를 심고 지쳐서 돌아온 저녁

희미한 호롱불 아래 비워내던 국수 한 사발

초여름 아픈 허리는 꿈길 속에 뉘었지

 

모과나무 잔가지에 별들도 잠든 시간

한잠 잔 누에들의 쉬지 않던 먹성이라니

소나기 마구 쏟아지고 먹물 같은 깊은 밤

 

수매장 검수원들 번쩍이는 매의 눈빛

길고 긴 보릿고개 허기로 속을 채우고

온 정성 다해 마련한 공납금을 쥐어던 날

 

 

 

<제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2021년 2월 18일 19시 4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