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자전거 타기
박진옥
한 오라기 욕심도 발붙이지 못한 세상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뱃속으로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폐달 연신 밟는다
가야산 계곡마다 새 봄빛이 쌓이는데
더께 앉은 세월만큼 이끼 낀 늙은 돌들
나직한 물소리마저 두 바퀴에 감긴다
봄날
박진옥
딸 부잣집 맏이로 살림 밑천이시던 어머니
내리 셋 아들들을 제 갈 길로 떠나보내고
이웃집 어여쁜 날들 몹시도 부러워하시더니
화장품 바구니 이고 골목골목 누비시고
마지막 품에 안은 인공관절 두 조각
귓가에 맴도는 말씀 ‘이게 내 운명이다’
마른버짐 자리 잡듯 산벚꽃 피는 봄날
까마귀 울음소리에 어머님 잠을 깨시나
어딘가 귀 익은 목소리에 바람도 숨 죽인다
<제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2021년 2월 18일 20시 19분
'2021 다시 필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빗방울에 대한 단상 /추창호 (0) | 2021.02.26 |
---|---|
<시조>왼바라기 /임채성 (0) | 2021.02.19 |
<시조>박서인 -강변 공원에서/누에에 관한 기억(제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0) | 2021.02.18 |
[동시] 달팽이 전세 계약서 /송찬호 (0) | 2021.02.18 |
서녘의, 책 /박기섭 (0) | 202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