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박진옥 -자전거 타기/봄날(제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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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박진옥

 

 

한 오라기 욕심도 발붙이지 못한 세상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뱃속으로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폐달 연신 밟는다

 

가야산 계곡마다 새 봄빛이 쌓이는데

더께 앉은 세월만큼 이끼 낀 늙은 돌들

나직한 물소리마저 두 바퀴에 감긴다

 

 

봄날

 

박진옥

 

 

딸 부잣집 맏이로 살림 밑천이시던 어머니

내리 셋 아들들을 제 갈 길로 떠나보내고

이웃집 어여쁜 날들 몹시도 부러워하시더니

 

화장품 바구니 이고 골목골목 누비시고

마지막 품에 안은 인공관절 두 조각

귓가에 맴도는 말씀 이게 내 운명이다

 

마른버짐 자리 잡듯 산벚꽃 피는 봄날

까마귀 울음소리에 어머님 잠을 깨시나

어딘가 귀 익은 목소리에 바람도 숨 죽인다

 

 

<10회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작>

2021218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