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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바라기
임채성
걸음 뗀 그날 이후 아버지는 말하셨지
연필과 숟가락은 꼭 오른손에 잡으라고
옳은 쪽 바른 손만이 법이고 밥이라며
날 때도 왼쪽부터 팔다리가 나왔던 난
외곬의 아버지 말씀 마냥 좇진 못했지
누르면 용수철처럼 튕겨지는 결기 앞에
그런 날 무람하게 교차로에 나서 보면
신호 없는 좌회전은 너나없이 불법인데
눈치껏 그냥돌아도 우회전은 뒤탈 없고
오른쪽 날개로만 날 수 있는 반쪽 나라
자오선 좌표 위에 묶여 있는 이 하루도
그른 쪽 그늘에 숨어 비익조比翼鳥를 꿈 꾸네
―시조집『왼바라기』(황금알, 2018
2021년 2월 19일 오전 16분 24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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