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산이 내게로 와서 /추창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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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내게로 와서

 

추창호

 

 

허리 휜 세상살이 잠시 접어 두고

웃자란 모난 생각 그도 슬쩍 밀쳐놓고

저 푸른 바람을 따라 산문에 들어선다

 

일가를 이룬 솔숲 그 품에도 안겨 보고

키 작은 금붓꽃 눈높이도 맞춰 가면

내 낡은 소매 끝에도 진초록 물이 든다

 

들숨 날숨 가빠지면 바위에 걸터앉아

들어보는 계곡의 무상 청정淸淨 설법

옹이진 마음자리도 봄눈 녹듯 녹아난다

 

산굽이 굽이마다 움켜쥔 것 내려놓으면

한결 간결해진 생의 문장 사이로

푸드덕 산새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른다

 

 

 

ㅡ시조집길은 추억이다한강, 2021)

20212261425분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