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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내게로 와서
추창호
허리 휜 세상살이 잠시 접어 두고
웃자란 모난 생각 그도 슬쩍 밀쳐놓고
저 푸른 바람을 따라 산문에 들어선다
일가를 이룬 솔숲 그 품에도 안겨 보고
키 작은 금붓꽃 눈높이도 맞춰 가면
내 낡은 소매 끝에도 진초록 물이 든다
들숨 날숨 가빠지면 바위에 걸터앉아
들어보는 계곡의 무상 청정淸淨 설법
옹이진 마음자리도 봄눈 녹듯 녹아난다
산굽이 굽이마다 움켜쥔 것 내려놓으면
한결 간결해진 생의 문장 사이로
푸드덕 산새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른다
ㅡ시조집『길은 추억이다』 한강, 2021)
2021년 2월 26일 14시 25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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