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이제 그만 가시라 했다 -다시 별서에서 /정혜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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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가시라 했다
-다시 별서에서


정혜숙

 

 

유랑하는 구름을 따라 저자에서 멀리왔다
이목구비 흐린 달도 추춤추춤 따라왔다
저만치 간격을 두고
무덤덤한 얼굴로


작은 목교를 건너 동백 숲을 지나서
과묵한 나무들의 사원을 거닐었다
잘 여문 새소리 들으며
바람 경(經)도 담으며


이끼가 겹겹 앉은 고딕체의 나무들
우리는 피붙이처럼 격의 없이 즐거웠다
서녘이 등을 떠밀며
이제 그만 가시라 했다




『열린시학2020,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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