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고구마 이야기 /권오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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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이야기

 

권오삼

            1

 

지금부터 50년 전 전라남도 해남 땅

고구마 부족 중에 한 영웅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밤고구마'이다.

본래 이름은 고구마 부족답게 그냥 고구마였으나

언제부터인지 '밤'과 손을 잡고는

'밤고구마'라며 스스로 고구마왕이라 했다.

 

그러자 같은 해남 땅에서 태어난

한 고구마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지

"뭐시라, 지가 고구마왕이라고, 흥!"

얼른 '호박'과 힘을 합치곤

내가 진짜 고구마왕이랑께! 하며 밤고구마와 맞서니

이가 바로 '호박고구마'이다.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하며

또 한 고구마가 둘의 흉내를 내어

'꿀'과 힘을 합치고는

난 '꿀고구마'여! 하며 자기가 진짜 고구마왕이라고 했다.

 

이로부터 우리나라의 고구마는

세 고구마가 서로 다투는 삼국 시대가 되었고

그들은 자기가 한국의 고구마들을 통일하겠다며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맹렬하게 전쟁을 벌였다.

 

            2

 

때는 지금부터 2년 전 가을 어느 날이었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우리 아파트 수요 장터 날,

채소가게에 돌연 한 고구마가 불쑥 나타났으니

바로 '아이스크림고구마'였다.

그는 자기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고구마라며

스스로 왕 중의 왕이라 했다.

 

그 '아이스크림고구마'가 세 고구마를 향해

먼저 기습공격을 했다.

"입에서 살살 녹음, 한 무더기에 만 원!"

"머, 살살 녹는다고? 한 무더기에 만 원이라고?"

밤, 호박, 꿀고구마가 어, 할 사이도 없이

살살 녹는다는 말에 살살 녹은 엄마들이

아이스크림고구마만 우르르 사 갔다.

셋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 하고 참패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아이스크림고구마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뻥을 너무 쳤거나 뒤따르는 부하들이 없었던 모양이다.

다시 밤, 호박 꿀고구마의 삼국 시대가 되었다.

 

            3

 

이때로부터 1년 뒤

충청남도 계룡산에서 100년 동안 도를 닦았다는

수염이 댓 발이나 되는 허연 도인이 나타나

"셋 중 누구도 한국의 고구마 부족을

통일하기는 매우, 아주, 힘들 것이니라." 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또 어떤 고구마가 고구마 부족을 통일하겠다며

아이스크림고구마처럼 불쑥 나타날지,

모든 건 고구마를 연구하는 농학 박사에게 달렸다.

진짜로 입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고구마가 나타나

고구마 부족을 통일한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아마도 앞으로 한 100년 동안은 어려울 것 같다.

 

ㅡ고구마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남한과 북한은 언제 힘을 합쳐 하나가 되지?

언제 아시아의 호랑이가 되지?

 

 

ㅡ『동시마중』 (2020년 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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