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애완동물 키우기 외 2편 /서유경(2020 시와소금 동시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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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키우기 외 2편

 

서유경

 

 

요즘 집에서 일하고 계신

우리 아빠 몸에는

동물들이 착 감겨 있어요

손가락에는 톡 톡 독수리

목에는 거북이가 쭈우욱

 

아침엔 우리 가족 두 발에

고양이가 딱 달라붙어 있어요

 

고양이는 원래 안 키웠는데

아래층 이사 온 크아앙 사자 삼촌

코털을 건드리면 안 되거든요

 

사자 삼촌은 왼손엔 커피

오른손엔 작은 쥐를 쓰다듬으며

밤새 타다다닥 투두두두두

 

온라인 화상 수업 중에 발 친구가 콩콩

의자 친구가 까딱까딱하는 소리

우리 선생님보다 더 빨리 알아채지요

 

 

 

 

밤송이

 

 

 

슬쩍 보기만 해도 째려보는 채린이

 

“뭐 읽는 거야?”

물으면 책 속에 몸을 웅크린다

목공 반 동아리 시간"아얏!"손 찧고 못 튕기는데“남자애가 망치질도 못하니?”쾅 톡톡톡 쾅쾅쾅 내 연필꽂이 틀을 뚝딱 만들어버린 채린이

 

“고마워!”

 

대답도 없이 째려보는 채린이앗, 따가! 밤송이 같다

 

 

 

 

겨울밤

 

 

 

눈밭에 웅크리고 있어서

누가 만들다 버리고 간

하얀 눈덩이인 줄 알았다

 

줄무늬 하나 없이

점무늬 하나 없이

 

땅에 코 박으며 먹을 것 찾던

눈처럼 새하얀 고양이

 

아무리 뒤져봐도

생선 가시 하나 없는 눈밭

 

엄마 몰래 마른 멸치

한 움큼 들고 나왔는데

사라지고 없다

 

담벼락 아래 놔두고 온

멸치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긴긴 겨울밤

 

 

동시 부문 심사평

 

 

 

어린이의 눈높이와 목소리로

 

 

 

  동시 부문은 지난해보다 응모 편수가 두 배 많았다.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윤가을의 「요란한 빗소리」 외 9편, 서유경의 「밤송이」 외 9편, 김황흠의 「콩」 외 9편 등 세 분 작품 30편이었다.

 

  「콩」 외 9편을 응모한 김황흠 씨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계절 감각이 뛰어나다. 그런데 어린이 생활이 드러나기보다는 묘사에 치중했다. 계절과 함께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동시의 서술 방식이 어린이 화자의 목소리보다는 성인의 목소리에 가깝다.

 

  「요란한 빗소리」 외 9편을 응모한 윤가을의 작품은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 가장 수준이 높고 고른 편이다. 명료하고 함축적이며 역동적인 묘사가 장점이다. 「내 동생」은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할머니 말을 착안해서 고양이와 동생을 비유하고 나도 고양이에게 마음을 뺏길 때가 밉다는 내용을 참신하고 재미있게 잘 표현한다. 「독불장군」은 사자 한자성어 ‘독불장군’을 가지고, 원 한자성어와 다르게 나름대로 재미있게 풀이하여 표현한 의미와 재미가 창의성이 함께 담긴 작품이다. 「요란한 빗소리」는 비를 아이들이 장난치고 놀이를 하는 모습에 비유하여 열거하고, 작품 끝부분에 우리와 시냇물에 비유한 재미난 작품이다. 그 외 「봄은 팝콘 천국」「조무래기」「귀여운 악동」 등도 오랜 습작 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제목이나 시어 선택이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 시인의 어릴 적 어린이가 아니라 지금 여기 어린이의 정서에 더 가까웠으면 한다. 동시의 주 독자는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밤송이」 외 9편을 응모한 서유경 씨의 작품은 어린이의 경험 세계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가 풍부하다. 상상력 면이나 동물 사랑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갖기와 고른 작품 수준 면에서 앞선다고 하겠다.

  「애완동물 키우기」는 요즘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된 공간에서 아버지와 아래층 삼촌의 컴퓨터를 하는 것을 애완동물에 비유하고 가족들이 쿵쿵 발소리를 낼까 봐 고양이 걸음을 걷는, 이른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가 있는 재미난 동시이다. 「밤송이」는 호감을 가지고 늘 따갑게 째려보는 채린이 마음을 표현한, 어린이의 심리를 다룬, 제목을 잘 붙인 대화가 있는 동시이다. 「겨울밤」은 눈 내린 겨울밤 먹이 찾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적 자아의 동물 사랑 마음이 담긴 따뜻한 동시이다.

  그 밖에 「연필깎이는 거짓말을 못 해요」「고것도 땅이라고」「달과 뱀과 고양이」 등의 작품이 어린이의 유희성을 살리면서도 의미부여에 성공하고 있다.

  시의 형식 면에서는 함축적인 부분에선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자기만의 시선으로 시적 대상을 바라본다는 면에서 앞으로 독창적인 시를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어린 독자들의 정서에 가까우면서도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런 점을 높이 사서 「밤송이」 외 9편을 응모한 서유경 씨를 동시 부문 당선자로 추천한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우리 동시 문단의 큰 별이 되기 바란다.

 

 

 

 

?심사위원 : 김진광 박해림 염창권 이화주 임동윤(글)